![[기자수첩] IT벤처투자,공허한 메아리](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26055907_1759099836_b.jpg)
“벤처캐피털이 SW에 왜 투자를 안하죠?”
26일 전자신문이 e프런티어 회원사를 초청해 개최한 신년회에서 한 벤처기업 임원이 주제강연에 나선 벤처캐피털 심사역에 던진 질문이다. 현장을 찾은 다수의 벤처 CEO·임원들도 공감하는 내용이다. 최근 수년 벤처펀드 결성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정작 IT벤처인들은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결코 엄살이 아니다. 지난 2002년 벤처캐피털의 정보통신(IT) 투자비중은 전체의 48.8%로 절반에 육박했다. 하지만, 지난해는 그 수치가 22.7%로 줄었다. 그 자리는 제조업(31.0%)과 엔터테인먼트(24.3%)가 차지한다. 심사역들을 만나면 벤처투자처로 IT만한 곳이 없다는 한 목소리다. 펀드 존속기간 5∼7년으로 투자 3∼5년 후에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것을 감안할 때 IT가 제격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나 왜 IT에 투자를 하지 않을까. 이유는 재원에 있다. 현재 벤처펀드 대부분은 정부(모태펀드) 지원으로 결성된다. 그 재원이 중소기업청·문화관광부·특허청에서 나온다. 당연히 이들 부처와 유관한 분야에 투자가 이뤄진다.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 벤처투자를 담당했던 지인에게 전화를 돌렸다. 정통부가 정보화촉진기금으로 1990년대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8000억∼1조원 가량의 벤처펀드를 조성해 투자했다. 정통부 입김으로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당시 4개 통신사 참여)는 3000억원을 출자해 4400여억원의 펀드(한국IT펀드)를 결성해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집행됐다. IT산업 곳곳에 그 자금이 깊숙이 퍼져있다.
청와대·지식경제부에서 ‘IT’ 언급 횟수가 늘고 있다. 정통부 시절 얘기를 더 이상 하지 말라는 당부도 들린다. 하지만, 벤처 대다수를 차지하는 IT업계는 여전히 ‘공허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