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외자 유치에 팔 걷어붙인 북한경제](https://img.etnews.com/photonews/1001/100128052428_476786767_b.jpg)
북한의 전방위적인 해외투자 유치활동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연말 김정일 위원장이 나선경제특구를 방문해 대외무역과 시장 확장을 강조한데 이어 곧바로 나선시를 특별시로 격상시켰다. 투자유치 조건을 파격적으로 바꾼 나선경제법도 조만간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또한 최고 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국제금융 거래와 국책사업 투자업무에 주력할 ‘국가개발은행’ 설립방침을 내놓은 점도 예사롭지 않다. 이 은행에 대한 투자유치 및 자금원천을 보장하는 경제연합체로 조선대풍국제그룹을 지정했다. 북한이 투자 유치단을 구성, 내달 네덜란드를 필두로 유럽 지역을 돌면서 투자유치 설명회를 여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대남 경제협력에 유화적인 신호를 잇달아 보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자력갱생을 고집해 오던 북한이 외자유치에 이토록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그만큼 북한의 경제상황이 절박하다는 반증이다. 북한의 수뇌부는 경제난을 더 이상 묵과하다가는 ‘3대 세습號’ 가동은커녕 체제마저 흔들릴 수 있다고 여겼을 것이다. 화폐개혁을 단행했지만 국가 공급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되레 주민들의 불만은 커져만 간다.
북한은 주민생활 개선과 2012년 경제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외부 세계로부터 재원을 확보할 수밖에 없어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신년공동사설에서 밝힌 대로 ‘국가투자를 결정적으로 늘리며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필요한 원료, 자재들을 제때에 원만히 보장해야’하고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 외자유치가 필수라는 의미다.
문제는 북한의 이런 대외 행보가 기대만큼 현실화되기 쉽지 않다는 데 있다. 과거에도 북한의 외자유치 시도는 몇 차례 있었다. 합영법(1984)과 외국인투자법(1992)제정을 비롯하여 나선 자유경제무역지대 설치(1991)와 신의주경제특구 지정(2002) 등의 조치가 있었다. 하지만 사회주의 경제운용 틀을 바꾸지 않아 모두 물거품이 됐다.
북한이 어떤 경제적 변화를 시도하더라도 비핵화가 진전되지 않는 한 실패할 것은 뻔하다. 지금 북한경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 강화와 대외경제 협력이라는 갈림길에 서있다. 결국 북한이 해야 할 선택은 "우리식 사회주의"를 던져 버리고 개혁·개방을 통해 근본적으로 경제체질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외자유치에 필수적인 경제의 투명도와 자유도를 높여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월스트리트 저널이 발표한 ‘2010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서 북한은 179개 조사 대상국 중 꼴찌다. 이런 북한에 투자의 눈을 돌릴 국가와 기업은 없다.
북한이 진정 외자유치에 성공하고 싶다면 대외관계 개선 등 우선 국제사회에 정치경제적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제금융기구와 각국 상업은행들이 요구하는 규범과 기준을 충족시켜야만 국가개발은행 설립도 가능할 것이다.
외국 투자가들은 개성공단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북은 개성공단이 정상적인 국제공단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이 진정성 있게 변화하도록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 기다리는 전략보다 ‘리더식의 대북접근’ 자세가 필요할 때다. 남과 북은 이쯤에서 서로 무익한 기 싸움을 접고 ‘상생경제의 문’을 활짝 열기를 바란다.
조봉현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chobh21@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