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GDP 성장 미흡했지만 경기 회복 국면"

한국의 작년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2% 증가에 그쳐 전망치에는 미달했지만, 여전히 점진적인 경기 회복 국면에 있는 것으로 월가의 주요 투자은행(IB)들이 평가했다.

연합뉴스가 28일 입수한 모건스탠리, JP모건, 시티그룹, 골드만삭스 등 월가 4대 투자은행들의 한국 경제 관련 보고서는 작년 4분기에 제조업과 건설업 부진, 수출과 민간소비 위축으로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을 보였으나 이것이 새로운 침체 국면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분석했다.

4대 투자은행들은 또 한국의 향후 성장률 전망과 관련해 어느 곳도 기존의 전망치를 수정하지 않았고, 수정하겠다는 뉘앙스도 비치지 않아 기존 전망을 그대로 유지할 것 임을 시사했다.

모건스탠리는 “외관상으로 실망스러운 4분기 성장률은 지난 1-3분기에 예산이 미리 지출되면서 경기부양 효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4분기 자료에서 시설투자가 크게 늘어난 것은 경제가 실질적인 회복을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2010년 한국의 GDP 성장률이 5%가 될 것으로 예상한 모건스탠리는 “과거 우리의 한국 GDP 예상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이제 이는 컨센서스를 이루고 있다”면서, “논쟁의 여지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또 “2009년의 V자형 경기회복은 한국이 붕괴할 것으로 생각했던 시장에는 충격을 준 것”이라며, “올해에는 더 안정되고 균형잡힌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친성장정책 약속을 잘 이행하고 있다”면서 “연구개발(R&D) 지출이 2013년까지 연율 10.5%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성장 잠재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JP 모건도 “당초 기대 보다 낮은 4분기 성장률이 향후 다가오는 분기에 계속될 새로운 약세 국면의 예고인지, 아니면 전 분기에 큰 폭의 증가로 인한 기술적인 조정인지가 중요하다”면서, “우리의 관점으로는 기술적 조정에 가깝다”고 밝혔다.

3분기의 GDP 성장률은 3.2%였다. JP 모건은 그 이유로 “불규칙한 음력 추석 날짜로 인해 지난 3분기의 급상승에 대한 비용이 4분기 GDP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면서, “작년에는 추석이 10월 첫 주에 있었기 때문에 추석 연휴에 앞서 제조업체와 수출업자들이 수수료나 비용을 먼저 지불한 점을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는 “4분기에 기대 보다 약한 성장률로 인해 올해 상반기에 금리 인상이 없을 것이라던 우리의 견해가 강한 지지를 받고 있다”면서, 이는 한국 정부의 최근 반복되는 입장과도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골드만 삭스는 첫 금리 인상은 2010년 3분기에 0.25%, 4분기에 또 다시 0.25%가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원-달러 환율은 3개월, 6개월, 12개월 범위에서 각각 1,150원, 1,100원, 1,050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티그룹은 “한국의 4분기 성장률이 당초 시장의 기대치인 0.5% 보다 낮았지만, 3분기의 급속한 성장과 4분기 플러스 성장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는 여전히 완만한 회복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이어 “서비스 분야에서의 회복 속도는 꾸준하지만 제조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면서, “조선과 석유화학이 반도체와 철강의 호조를 상쇄했다”고 지적했다.

빠른 경기 회복과 높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인해 향후 분기에서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상할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상반기에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에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은행은 ‘2009년 4분기 실질국내총생산(속보)’ 발표를 통해 작년 4분기 GDP는 전기 대비 0.2%, 전년동기대비 6.0% 증가했으며 이는 지난달 11일 한은이 내놓은 전망치 0.3%와 6.2%에 비해 각각 0.1%포인트와 0.2%포인트 차이를 보인 것으로 밝혔다.

전분기 대비 성장률로는 2008년 4분기 -5.1%에서 작년 1분기 0.1%, 2분기 2.6%, 3분기 3.2%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지만, 4분기에는 큰 폭으로 둔화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