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리포트] 대만의 통신 문화

휴대폰 사용 `생활화`, 스마트폰은 `딴나라 이야기`

 지난해 9월 대만 명전대학 교수로 처음 도착했을 당시만 해도 낯선 현지 문화에 곤란했던 일들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당혹스러웠던 일은 학교 사무실 내 전화가 수신 전용으로만 쓸 수 있다는 점이었다. ‘통신 환경이 급속도로 발전한 21세기에, 그것도 비교적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는 대만에서 이런 황당한 일이 있나’는 게 필자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대학의 스태프들은 직접 묻기도 전에 곧바로 설명을 덧붙였다. 대만 내 대다수 학교들이 똑같은 사정이라고 전했다. 납득하기는 어려웠지만 일단 ‘대만의 통신 요금이 아주 비쌀 것’으로 대충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도착 첫날 공중전화로 한국에 전화를 걸어보니, 카드 잔액이 금세 줄어버렸다. 미국에서 통화할 때와 비교하면 몇 배 이상은 비싸다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현지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대만 통신 요금이 아주 비쌀 것이라는 필자의 선입견이 틀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우연한 기회에 한 조교 학생과 통신 요금을 화제로 얘기해보니, 대만 현지의 요금 체계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실상은 이랬다. 공중전화로 시내통화를 하면 2분에 약 70원 정도였다. 휴대전화의 경우 그 학생은 월 1만7000원의 기본료에 같은 이동통신 서비스의 가입자들과는 무료, 다른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들과는 분당 98원 정도였다. 설명을 듣고 난 뒤 “그렇다면 왜 국제전화 요금은 비싸냐”고 물었더니, “대만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중국·미국 등에 거는 요금은 매우 저렴하다”는 답이 돌아왔다. 휴대전화를 써도 우리나라 돈으로 중국은 분당 35원, 미국은 70∼100원 정도다. 반면 한국의 경우 미국보다 거의 10배가량 비싼 분당 875원의 요금을 물어야 했다. 한국에서도 수발신 통화량이 적은 국가들의 요금이 비교적 높다는 점에서 사정이 다르지 않은 셈이었다.

 요금에 대한 궁금증이 풀어진 뒤 지난 몇 달간 대만에서 지내며 체험한 현지의 통신 문화는 대체로 우리나라와 비슷했다. 요즘은 거리나 지하철역 등에서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드물다. 대부분 이동전화를 이용한다. 다만 아직은 이용자들의 습관이 대부분 음성 통화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거의 만날 수 없고, 휴대이동방송(DMB)을 즐기는 사람 또한 찾기 어렵다. 이동전화 에티켓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것도 낯익은 풍경이다.

 대만 생활을 처음 시작하며 오해했던 요금의 경우 휴대전화 요금은 선불제와 후불제를 기반으로 다양한 통신요금 제도가 마련돼 있다. 개인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적합한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후불제는 월 기본료가 1만7000원 정도로, 1분 통화시 약 100원 정도가 부과된다. 요즘 대만의 이동전화 이용 행태와 관련해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많은 대학생들이 이동전화를 두대씩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대는 친한 이들끼리 동일한 이동전화 서비스에 가입해 월정액을 내면 무제한 통화를 이용할 수 있다. 나머지 한 대는 다른 이동전화 사업자에 가입한 사람들과 통화를 할 때 사용하는 것이었다. 대만 학생들의 말에 따르면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젊은 세대들은 이렇게 두대씩 이동전화를 가지면 통신요금을 오히려 크게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다소 생소한 모습이지만 전세계적으로도 젊은 세대들이 통신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들이 대만의 통신 시장에 미치는 영향 또한 적지 않은 것이다.

 또한 이동전화 보급이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대만에서도 예외없이 등장하고 있다. 유선전화의 사용이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일부 가정에서는 아예 유선전화가 없는 곳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유선전화의 요금은 시내전화의 경우 한 통화(2분)에 약 70원 정도로 그리 비싼 편은 아니었다. 이 대목에서는 대만 대학들의 상당수가 여전히 사무실 전화로 발신 통화를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이 여전히 의문스럽다. 통신요금도 그리 비싸지 않고, 국민소득이나 생활수준도 우리나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학교수 연구실은 수없이 많은 외부 인들과 의사 소통을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요즘도 납득하기는 어렵다.

 초고속 인터넷의 경우는 아직은 대만이 많이 뒤처진 편이다. 일반 가정들이 사용하는 평균 속도가 2Mbps급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10년 전과 비슷하다. 한국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대만에서의 인터넷은 느린 속도에 답답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한 달 요금은 약 1만5000원 정도로 그다지 싸지 않다.

 하지만 PC방의 경우 일반 가정보다 훨씬 빠른 속도에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다. 시간당 보통 700원에서 1000원 정도면 이용할 수 있다. PC방의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 보니, 대학 수강신청 기간 중에는 인기 과목에 빨리 등록하기 위해 PC방을 찾는 진풍경도 여기선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점은 대만의 PC방 역시 우리나라처럼 청소년들이 게임에 지나치게 몰입하도록 하고 흡연 등 탈선을 방조하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는 현상이다. 대학가 주변을 제외하고는 PC방을 출입하는 청소년들을 그다지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하지만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 태동한 PC방 문화가 초고속 인터넷 붐을 일으키며 세계에서 가장 앞선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게 됐듯이, 대만의 초고속 인터넷 이용 환경에 일종의 촉매제는 되지 않을까 싶다.

타이베이(대만)=김성욱

대만 명전대학 국제학부 조교수

sungwooka@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