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통신시장 화두가 이동통신 요금인하와 유무선 사업자간 인수합병이었다면 KT의 아이폰 출시를 계기로 촉발된 이동통신시장의 망개방은 2010년 새 화두로 등장했다.
과거 이동통신사들은 자사 보유망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 및 유통과정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사업전략을 통해 생존과 성장을 추구해왔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지속된 이동통신시장의 외형 성장 정체는 통신사업자들에게 폐쇄에서 개방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물결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무선인터넷 성장세가 가파르다. 작년 기준, 전세계 단말 출하량 중 스마트폰 비중이 13.7%로 확대되었고, 미국 내 아이폰을 통한 무선데이터 사용량이 전체 무선데이터 트래픽의 51%에 달한다. 이러한 무선인터넷 사용량의 폭발적 증가 현상이 우리나라에서만 예외적일 수는 없을 것이다. 반면, 음성서비스의 비중은 점진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내에서의 서비스 전개 양상이 외국과 다소 다를 수 있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음성서비스가 다양한 멀티미디어 서비스들과 함께 하나의 서비스로 제공되거나, 혹은 기본 서비스 항목 중의 하나로 제공되어 그 비중이 미미해질 것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이러한 통신시장 환경 변화는 사업자들로 하여금 IP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통합망 기반 마케팅 전략으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통신시장의 주체인 소비자, 콘텐츠/서비스, 단말기,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통신시장의 전반적인 생태계 변화 또는 진화를 이끌어 낼 것이다.
네트워크 환경의 패러다임도 변화하고 있다. 물론 그 범위와 제공 서비스 등에는 차이가 있으나, 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에 이르기까지 개별적인 인프라의 구축 및 활용이 가능하졌다. 또한 개별 네트워크에 개별 서비스가 탑재되던 과거와는 달리, 통합된 네트워크에 데이터서비스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콘텐츠가 제공될 수 있는 환경이 도래했다. 따라서 망소유를 전제로 한 서비스 제공이라는 기존 패러다임은 그 효력을 다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통신망 개방은 정체된 통신시장에서의 사업자 혁신 유도, 통신서비스 요금인하 및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 등 다양한 긍정적 효과를 유발한다. 다만 망개방에 따른 효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들에게 새로운 통신기술의 개발 및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선순환적 투자환경 조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속적인 요금인하 요구와 수요 정체로 인해 통신사업자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즉, 외부적 요인에 의한 일방적 통신망 개방 강제화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제 소유와 응용(서비스 제공) 개념이 분리된 ‘서비스로서의 네트워크’ 개념을 비즈니스 모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인식을 전환해야할 시점이 도래했다. 네트워크는 소비자, 콘텐츠/서비스, 단말과 같은 나머지 요소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극대화하는 주요 수단일 뿐, 이것이 수익 창출의 전제 혹은 필요조건이 되어서는 안된다. 독점적 망소유에 대한 아집이 계속될 경우, 데이터 시장 활성화를 통한 신규 수익 창출은 요원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