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찬사와 기대를 받으며 등장한 애플의 신개념 태블릿 PC인 ‘아이패드(iPad)’가 공개 이후 홍역을 치렀다. 기대만큼 우월한 제품이 아니라는 미국 현지의 냉랭한 반응에다 상표권 분쟁에도 휩싸였다.
CNN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아이패드가 기술적 혁신 및 콘텐츠 소비 열풍을 몰고올지 미지수라고 미 IT 전문가들의 평가를 인용해 보도했다. IT시장분석기관 파이퍼 제프레이의 진 먼스터는 아이패드의 올 한해 판매량은 350만대 정도로 예상했다. 지난해 미니노트북PC(일명 넷북) 시장 규모가 지난해 3330만대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10% 가까운 비중이다. 그러나 애플의 과거 ‘아이콘’ 제품들의 성적표와 비교하면 비관적인 전망치다. 맥 PC와 아이팟은 지난해 4분기에만 각각 360만대, 2000만대를 팔았다. 아이폰은 출시 첫주에만 130만대 이상을 팔았다. NPD그룹 IT 분야 전문가들은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아이패드가 얇고 작은 디자인에 가격이 예상보다 저렴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하지만 IT 시장의 획기적인 혁신제품은 못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넷북의 상대가 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넷북에 비해 지능이 모자란다는 평가다. ABI리서치 제프 오르 애널리스트는 “아이패드는 훌륭한 미디어 플레이 기기지만 e메일 하나 보내기 불편하며, 내장 가상 키보드를 채택해 웹브라우징도 어렵다”라면서 “카메라 기능도 없어 콘텐츠를 직접 만들 수도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는 멀티태스킹이 안돼 업무용으로도 쓰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북 단말기 시장엔 제한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499달러인 아이패드의 가장 저렴한 무선랜 모델은 489달러에 판매되는 아마존의 DX나 반스앤드노블의 누크 등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e북 단말기가 늘어나면서 값이 낮아지는 추세여서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거라는 반론도 있다. 포레스터리서치의 제임스 맥쿼리는 “e북을 산 사람들은 읽는 것에 최적화한 단말기를 원했기 때문”이라면서 아이패드가 e북 시장에 미칠 영향이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 전체를 크게 키웠듯 아이패드를 통해 e북 시장 전체가 커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상표권 분쟁도 예고했다. 식료품점용 소형 단말기(일본 후지쓰) 뿐만 아니라 반도체 기술(스위스 ST마이크로) 비밀번호 입력 키패드(미 매그택), 엔진(독일 지멘스) 등에 ‘아이패드’라는 이름이 쓰인 사실이 알려졌다. 심지어 캐나다산 브래지어도 이 이름을 썼다. 분쟁 결과에 따라선 아이패드란 이름이 바뀔 수도 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