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베트남 시장 공략, 일발필중의 정신으로

[ET단상] 베트남 시장 공략, 일발필중의 정신으로

우리가 술자리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모습 가운데 하나가 남자들의 군대 이야기일 것이다. 때로는 그만 들었으면 좋을것 같은 틀에 박힌 무용담들, 그 중 한국 남자들의 사격술 자랑 솜씨는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고 기필코 비비총 사격을 통해서라도 솜씨를 보이려고 애를 쓴다. 만약 주변에 응원하는 가족이 있거나, 여자친구 앞이라면 그 수준은 상식을 넘어서는 부분으로 갈수도 있을 것이다.

사격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베트남 시장에 진입하는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무모하게 상당한 양의 실탄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자본력이든, 시간이든, 아니면 주변의 인맥이든 무언가 하나는 명중 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개인의 경우 인생의 전환점에 오점을 남길수 도 있고 기업의 경우 해외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나름 자본력을 과신하는 한국 기업들 이지만, 베트남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베트남 전쟁 중에 미국의 우수한 첨단 무기들이 작동 한번 못하고 늪속에 사라진 것처럼.

우리는 개발 도상국에 진출할 경우, 한국에 있는 우수한 시스템, 기술, 아이템을 가지고 가면 1-2년 안에 대박을 맞을거라는 환상을 갖는다. 이는 전문적인 사업가는 물론 많은 일반인들도 흔히 범하는 오류다. 따라서 영화에서 보는 저격수의 냉정하고 침착함과 표적에 조준된 단 한발로 정확히 명중 시킬수 있는 일발필중 (一發必中)의 마음이 베트남 시장에는 더욱더 필요한 전략이다.

준비 없는 진출, 전략 없는 협상은 결국 좌절 이라는 쓴 패배의 잔을 맛보게 된다. 사자성어로 견지망월(見指忘月) 이라는 말이 있다. ‘달을 보라고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느라고 달 보는 것을 잊는다’는 의미다. 즉, 작은 일에 신경을 쓰다가 큰일을 잊는 다거나 본질을 잊고 곁가지에 한 눈을 파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일례로, 내가 근무하던 당시 알고 지내던 베트남 관료들에게 한국 기업의 베트남에 대한 투자가 갖는 경제성 및 고용창출, 부가가치의 긍정적 측면을 침을 튀기며 역설한 적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관료의 대답이었다. 한국기업이 베트남에 투자를 많이 하다 보니, 베트남 내 물가상승 및 관료 들에 대한 불법 로비 부분이 많이 성행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노력한 성과 보다는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측면이 많다고 그 관료는 차분하게 응답했다. 듣는 순간 문화의 차이인지, 인식의 차이인지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우리의 사업 진행 방식이 합법적이고 깨끗했는지를 자성해 볼수밖에 없었다.

소낙비가 내리는 날 내려오는 모든 빗줄기를 받으려고 양동이를 여러 개 준비해도 결국 아주 작은 양의 빗물을 받는 것 처럼, 이제 신흥국가 진출에 대해서도 모든 것을 다 안으려는 전략 보다는 약자의 강점을 최대한 극대화 하는 전략과 거대 공룡의 약점을 집중적으로 공략 할 수 있는 선택과 집중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때인것 같다. 베트남에 몇 년 살아 봤거나 주변에 아는 지인이 있는 정도, 일반적으로 확인되는 인터넷 정보만을 믿고 모든 것을 걸기에는 베트남은 결코 쉬운 시장이 아니다. 베트남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아오자이(Ao Dai) 를 보면 금방 속살을 다 볼 수 있을 것 같아도 절대로 그 안을 알 수 없듯이, 베트남 시장 진출 전에 충분한 정보와 올바른 전략, 기다림의 인내가 필요한 시장임에는 분명하다.

임무호 아이엔터 상무(rceo5@ienter.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