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 연구개발 ‘질’이 우선이다.

 정부 연구개발(R&D) 성과물이 양(量)적으로 늘었지만 질(質)적으로는 세계 평균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2008년 정부 R&D사업 성과를 분석한 결과 국가 R&D 미국 특허의 기술적 가치도 미국, 일본, 대만 등 경쟁국에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 국가 예산으로 추진한 연구개발(R&D) 성과물이 세계 평균 수준을 넘어선 곳이 단 두 곳에 불과했다. 세계 전체 논문을 대상으로 국가별로 질적 수준을 비교한 첫 평가 결과라서 더 충격적이다.

 정부 R&D 투자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성장잠재력을 견인하는 핵심 동력이다. 그래서 연간 12조원 이상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이 실제로 어떤 성과를 내는지는 중요한 문제다. 국가 R&D가 제대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미래도 없다고 본다. 그럼에도 국가 R&D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소홀히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어느 분야에서 훌륭한 프로젝트를 발굴해내고, 어떻게 좋은 성과를 내는지에 달렸다.

 우선 범부처 차원에서 모든 연구주체의 분야별 성과물을 질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잣대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연구를 집행하는 전문가들이 국가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연구 과제의 미래 가치와 성공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막연하게 필요한 분야가 아니라 우수한 연구성과가 기대되는 영역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사업목적에 따라 대학, 연구소, 기업 등 연구수행주체를 다양화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엉뚱한 분야에 혈세만 낭비하고 정말 필요한 연구개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다른 영역은 몰라도 국가 연구개발 성과만큼은 ‘양’보다 ‘질’이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