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따지고 사사로운 일에도 토를 다는 상사, 거의 결벽증에 가깝다. 책상에 서류 정리하는 것부터 고객에게 명함 건넬 때의 손동작까지, 시시콜콜 노심초사다. 자기 잘난 멋으로 자기 뜻을 갖고 시작부터 결과까지 책임지고 싶어하는 부하는 답답하고 갑갑하다. 수첩에 쓰는 글씨체부터 컴퓨터 파일명까지 터치를 받으니 초등학생으로 다시 되돌아간 느낌이다. 너무 사적이고 구체적인 것에까지 잔소리를 하는 상사,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다.
상사와 부하, 가장 친밀하고도 밀접하지만 가장 어렵고 서먹한 관계다. 함께 성장한 형제자매도스타일이 다르고 취향이 있는데 생면부지의 사람이 20대가 한참 넘어 조직에 의해 묶였으니 부딪치는 것은 당연하다. 문제는 누가 수용하고 따라야 할 위치인가를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당하는 부하도 짜증나겠지만 꼬치꼬치 지적하는 상사는 편했을까? 이런 것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주고 눈치로 맞춰주길 바랄 것이다. 일일이 관찰하고 지적하고 점검하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와 신경이 낭비되는 일인지 모른다. 우리를 고용한 이유는 잔소리를 퍼부어 대기 위해서가 아니다. 훈련시키고 성장시켜 더 큰 성과를 얻기 위함이다. 상사가 우리에게 간섭하고 잔소리하는 것은 코칭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하다못해 휴게실이 어디며 컴퓨터 비밀번호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데도 시간과 에너지가 쓰인다. 시간이 곧 돈인 회사에서 간섭은 투자고 상사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열정을 쏟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 취향 운운하며 거부하지 말고 우선 모두 받아들이자.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쏙쏙 빨아들이고 정 하찮은 것이라면 툴툴 털어버리자. 어차피 그 상사를 내가 바꿀 수도 없다. 피해갈 산이 아니라 넘어야 할 산이다. 귀찮다고 피할 것이 아니라 더 이상 터치받지 않도록 완벽하자. 지나고 보면 털털하고 무신경한 상사보다 까칠하고 꼼꼼한 상사에게 배운 사람이 더 촘촘하고 찬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