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4대 통신사업자인 스페인의 텔레포니카가 인터넷 포털에 네트워크 이용대가(접속료)를 부과할 태세다. 성사된다면 통신사업자가 인터넷서비스사업자로부터 네트워크 이용료를 받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세사르 알리에리타 텔레포니카 회장(CEO)은 8일(현지시각) 언론 간담회에서 “구글 등 검색엔진은 아무런 대가를 지급하지 않고 우리 네트워크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그들에게는 행운이지만 우리 쪽에선 그냥 둘 수 없는 상황이라 과금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은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자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했으나 이에 대한 수익을 얻지 못했다. 서비스기업 간 네트워크 이용료는 통신사업자끼리 서로 접속료를 따져 정산하지만,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는 이런 체계가 없다.
알리에리타 회장은 “우리는 스페인 및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스템을 깔아 이용자를 관리해가며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검색엔진 업체들은 무료로 이용하면서 수익을 창출한다”면서 “구글과 야후 같은 인터넷 검색엔진들이 큰 대역폭을 사용하는 등 네트워크에 부담을 유발해왔다”고 강조했다.
텔레포니카의 미겔 잉헬 가르존 대변인은 “포털에 과금을 시도하는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세계의 많은 네트워크 서비스사업자가 이에 관해 말해왔다”고 설명했다.
◆뉴스의 눈
2억6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한 국제 통신업계의 대표(텔레포니카)가 포털에 접속료 과금을 공론화한 것은 국내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KT·SK텔레콤 등 국내 통신사업자도 포털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자와 네트워크 이용료 등을 두고 적지 않은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들은 포털이 네트워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면서 부담은 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무임승차론’으로 날을 세웠다. 반면에 포털들은 오히려 이동통신사가 포털이 제공한 콘텐츠로 발생한 데이터 이용료를 독식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초에는 NHN·다음 등 유력 포털이 SK텔레콤의 내부 포털(네이트)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하면서 갈등이 표면화하기도 했다.
이후 잠잠했던 대립은 점차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상철 통합LG텔레콤 부회장은 최근 전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포털은 통신사의 트래픽은 유발시키면서 접속료를 내지 않아 비판을 받는다”면서 “봉이 김선달이 강물을 팔아먹는 것과 같아, 강물 좀 마시라고 뒀더니 그것을 팔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통신사업자들의 포털에 대한 반감에는 투자 부담을 홀로 떠안았다는 불만이 자리를 잡고 있다. 통신사업자는 ‘보편적 서비스 손실 보전금’은 물론이고 한 해 수조원에 이르는 설비투자 등 압박을 받는 상황인데, 포털은 네트워크 투자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통신사업자 관계자들은 “아직 국내에서 이런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해외에서 선례가 나오고 수익구조가 정착된다면 국내에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