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SW육성은 돈으로 되는 게 아니다](https://img.etnews.com/photonews/1002/201002100043_10113612_1191394973_l.jpg)
얼마 전 세계 4위의 미디어그룹인 프랑스의 비벤디그룹 임원워크숍이 우리나라에서 열렸다. 임원들에게 워크숍 장소가 한국인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한국은 30∼40년 전만해도 매우 빈곤한 나라였다. 하지만 IMF위기와 지난해 세계 경제불황의 파고를 잘 넘어 약진하는 비결이 궁금해 장소를 한국으로 정했다”였다. “프랑스는 변화에 둔감한 편인데, 한국은 변화 적응력이 빠르고 부지런하다. 한국을 느끼고 싶다”는 말도 덧붙였다.
1970년대 한국은 참으로 가난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엄청난 성장을 이뤄냈다. 한 사회학자는 이를 지구 역사상 유일무이한 사례로 꼽기도 한다. 우리나라가 이 처럼 성장한 배경을 뭘까. 박 전 대통령의 단호한 결정과 과감한 시도(새마을운동, 경부고속도로, 포항제철 준공 등)가 밑거름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중요한 건 그 저변에 깔린 ‘하면 된다’ ‘열정’ ‘성실’ 등을 축으로 무모할 만큼 적극적인 ‘대한민국의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GDP 2만달러 국가가 된 이후 여기저기서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하면 된다 식의 방식이 한계에 다다른 때문이다. 현자들은 이제 ‘창의’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창의라는 게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가 5만·10만달러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먼저 후진·중진국적인 인식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돼야 한다. 즉, 후진·중진·선진국의 차이는 기술이나 실력보다는 애플의 아이폰이나 구글의 사례처럼 사고의 차이인 것이다.
창의는 혼자 이루기보다는 서로 도우며 협업하는 과정에서 더 좋은 방식을 떠올리고, 개선하면서 얻어진다. 상명하달 식의 경영이 아닌, 같이하는 일의 방식 속에서 창의의 문화는 싹튼다.
과거 포스코 화학연구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동행한 한 신문사 기자가 회사 측의 틀에 박힌 매출, 생산량 등의 설명에는 별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현장근로자의 말 한마디에 “이게 바로 포스코의 힘”이라며 흥분하는 걸 봤다. 근로자의 말은 매우 사소했다.
“쇠절단 및 마감처리는 제가 세계최고라 자부합니다. 매뉴얼을 책장에 꽂아 놓은채로 여러 권의 책 등이 연속되도록 긴 V자로 표시해놓으면 추후 어떤 매뉴얼이 빠져 있는지 손쉽게 알 수 있고, 빈 곳을 채우기도 쉽습니다. 바로 제가 낸 아이디어인데 그후 포스코내에 ‘보고난 책은 제자리에’란 표어가 사라졌습니다.”
나 역시 감히 한국인들이 이룬 역사에 자부심을 가질만 하다고 생각한다. 자신감있게 우린 더욱 변화에 적응하며 발전할 거라는 확신도 든다. 딱 한 가지, 그토록 사람을 의심하고 못믿는 제도, 법, 규범들을 사람을 믿는 중심으로 과감하게 바꾸면 선진 대한민국은 실현은 머지않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대한민국 SW가 발전하기 위해서 다음의 내용을 과감히 실천할 필요가 있다. 첫째, SW에 관련된 공무원들의 대우부터 달라져야 한다. 너도나도 SW관련 부서로 가고 싶게 해야 한다.
둘째, 후진국 관행을 과감히 탈피(즉, 긍정적 마인드로 전환)하자. 지금은 제도나 관행은 자기직원을 절대 못 믿는 구조다. 누구든 자신있게 판단하고 결정하게 해야 한다. 결과에 의해 평가하는 사회 인식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업체는 선택과 집중을 통한 전문화 및 경쟁력 갖춰야 한다. 대통령이 직접 나선 SW육성이 제대로 될 수 있게 과감한 수를 둬야 기대만큼의 성과도 이룰 수 있다.
김학훈 날리지큐브 대표 khhkhh@kcub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