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윷놀이다. 설날이라 고향 어르신 분들을 찾아뵙고 세배도 드렸다. 또 정들었던 고향을 둘러보면서 만나는 분 모두에게 즐겁게 새해 인사도 했다. 그런 가운데 저녁에 잠깐 가족끼리 윷놀이하던 장면들이 생생할 것이다.
하지만 고향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단촐한 네 식구만 남는다. 휴일이라고 맘껏 놀라고 했더니 큰 애는 자기 방에서 이마에 땀이 맺히는 줄도 모르고 게임에 열중하고 있다. 컴퓨터를 빼앗긴 작은 애는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또 다른 게임을 하고 있다. 어른들은 취향이 달라서 한사람은 뉴스를 보고 있고 한사람은 영화를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네명이 한집에 살지만 각자가 자기만의 방안에 갇혀 놀고 있다. 게임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과 떼어 놓을 수 없는 생활의 일부이지만 윷놀이처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기가 힘들다. 더구나 가정이라는 문을 나서면 가족이 함께 즐길만한 곳을 찾기는 더욱 어렵다. 가까운 곳에 PC방이 있지만 가족이 함께 떠들고 웃으면서 즐길만한 장소는 아니다.
가족이 함께 했던 일을 생각해 보면 동네 학교운동장에서 같이 축구를 하거나 뛰면서 운동을 했고, 외식을 했고, 영화를 같이 봤고... 그러고 보니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은 이것이 전부인 듯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에 재미가 있다는 3D영화를 함께 보았다는 것이다. 영화의 재미야 따로 이야기 하더라도 그 영화를 만들었던 기술은 이미 게임에도 적용됐던 기술인데 새삼 인기를 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적인 것만 말한다면 오히려 게임쪽이 훨씬 앞섰을 것이다. 그런데 같은 기술로 만들었는데 게임은 한명이서 즐기기 좋게 만들었고 영화는 가족이 다 같이 보고도 남을 정도로 넉넉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이 다르다. 이렇게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게임과 이를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장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생각들이 날 때마다 씁쓸하기 그지없다.
지금의 게임장은 사행성이라는 멍에를 메고 가야 하는 형국이어서 아무리 건전하게 운영하려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 멍에를 벗기가 쉽지않다. 하지만 아무리 어렵다 해도 우리의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게임장이 그 질곡을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만 한다. 산업적인 발전을 위해 규제완화나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도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안된다. 좀더 생각해 본다면 가족오락공간으로서의 변화를 꾀하는 것이 게임장이 현재 처한 위험에서 벗어나고 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게임장에 있는 게임들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은 몇몇 게임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적으로 혼자서 즐기기에 적합하도록 만들어진 게임들이다. 즉, 그러한 게임들로는 각자가 혼자서 즐기면서 개인적인 재미는 추구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가족단위의 고객을 불러들이기는 어렵다. 결국 여러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들고 또 가족단위의 고객을 유치할 수 있는 가족오락문화공간으로 게임장이 변화해야 한다. 예전에 인터렉티브 영화관을 보면서 결국 게임과 영화는 이렇게 합쳐지고 게임장은 여러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의 게임장은 가족단위처럼 여러사람이 동시에 즐기는 그런 문화공간으로의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김창배 우송대 게임멀티미디어학과 교수 kim07@w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