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우리교육은 왜 개념정의에 약할까](https://img.etnews.com/photonews/1002/201002170042_17115040_695925654_l.jpg)
프랑스는 예술과 문화 뿐 아니라 과학도 매우 발달한 나라다. 우리나라도 프랑스 과학기술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KTX 원천기술도 그렇고 우리나라 최초 인공위성인 우리별1호도 프랑스 아리안로켓에 실려 쏘아졌다. 프랑스의 과학교육은 측정단위 개념 정립에 가장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유치원 때 1㎞에 대한 직선거리를 체험하는데 시작점에서 볼 수 있는 아주 큰 표지판을 설치하고 100m 마다 구간표시해 친구와 같이 걸어서 1㎞의 거리를 몸소 체험한다. 프랑스가 과학강국인 것은 이같은 방법으로 길이 뿐 아니라 넓이, 부피, 무게에 대한 명확한 개념을 어릴 때부터 매우 구체적인 방법으로 체험학습을 하는데 있다. 반면 나의 1㎞ 체험은 중학교 시절 체력장 시험을 볼 때 운동장 4바퀴 반을 돈 것이 전부인데 직선거리로 1㎞는 아직도 확실한 감이 없다.
필자가 고등학교 때다. 영어시간에 처음으로 부정사라는 문법을 접했는데 선생님이 명사적, 형용사적, 부사적 용법을 무조건 외우라는 통에 도대체 뭐가 뭔지를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문제는 ‘부정’이라는 개념인데 긍정의 반대 개념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올라 문법을 이해하는데 더욱 방해가 되었다. 영문법에서 ‘부정’의 정확한 개념은 ‘不定’ 즉, 정하지 않음(undecided)을 의미한다. 부정사의 개념만 제대로 이해했더라도 문제가 나올 때 80% 이상은 맞췄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교육은 왜 개념정의에 약할까. 첫째는 한자교육의 부재라 생각한다. 우리의 언어인 한글은 80% 이상이 한자로 구성돼 있다. 최첨단 기술을 다루는 ‘전자신문’도 한자이고, 기사내용 역시 몇 줄 읽다보면 한자와 외래어가 상당수다. 우리글의 많은 부분이 뜻글자인 한자이기에 한자교육 없이 개념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둘째, 기초학문의 무관심이다. 학기 초 대부분 대학의 수강신청 현황을 보면 기초학문 분야에서 폐강의 기로에선 학과가 많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가 인프라나 하드웨어에 비해 소프트웨어와 연구개발 분야에서 매우 취약한 것과 깊은 관계가 있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요즘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스마트폰에서의 열세다. 분명한 것은 우리는 스마트폰의 경쟁에서 선수를 빼앗기고 말았다. 스마트폰은 모빌리티 디바이스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되는 어마어마한 먹거리인 앱스토어에 대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개념파악이 안됐던 것같다. 안타깝지만 한동안 개고생을 할 것같다.
하지만 이러한 개고생에서 호사를 누리기 위해 다소 총론적이지만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제부터라도 한자교육을 제도권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지도할 수 있도록 정책마련을 해야 한다. 모든 분야에 사용되는 단어들의 개념만 확실히 파악해도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데 있어 엄청난 시간낭비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지만 명확한 개념정의는 시작이 전부가 될 수 있다.
둘째, 대학과 정부는 기초학문에 보다 많은 투자와 지원을 해야 한다. 정해진 프레임이나 답습에 의한 것이 아닌 원리적 학문접근이 절실하다. 말 그대로 기초학문은 모든 분야에 개념을 기초로 하는 학문이고 모든 학문의 출발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한기호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디지털미디어센터 기술감독 kihohahn@kno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