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을 정의하는 가장 핵심적인 표현이 고위험 고수익(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그래서 벤처 전문가들은 실리콘밸리를 ‘성공의 요람’이 아닌 ‘실패의 요람’이라고 말한다. 실패를 용인하지 않는 분위기에서 벤처를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설성이다. 실패의 소중한 경험이 그대로 사장되고 노하우들이 묻히면서 한국 벤처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한 번 창업 실패는 영원한 실패’라는 인식부터 바꿔야 벤처 정신도 살아날 수 있다.
다행스럽게 올해부터 정부와 민간에서 실패를 경험한 벤처 중소기업 CEO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과거 실패한 기업인에게도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는 등 벤처 패자 부활과 재도전 프로그램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벤처기업의 실패 경험을 소중하게 여기는 분위기는 ‘기업가 정신’ 고취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들이다.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경우가 아니라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고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한 기업가에게 우리 사회는 조금 더 관대해져야 한다.
이 점에서 연대보증제도 역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연대보증으로 수많은 벤처 기업가들이 신용불량자, 심지어 노숙자로 전락했다. 우리나라는 기업을 그만두면 회사 빚이 고스란히 CEO 개인의 빚이 되는 이상한 관행이 판을 친다. 이게 바로 ‘대표이사 연대보증 제도’다. 기업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금융권에 문을 두드리는데 연대보증이라는 족쇄가 채워지는 게 현실이다. 고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벤처기업과 본질적으로 너무 맞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벤처 대항해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이런 족쇄부터 풀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