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할일 많은 하이닉스 새 수장의 역할

 하이닉스 신임 CEO에 권오철 중국 우시법인장(전무)이 내정됐다.

 8년 만에 자사 출신 CEO를 맞게 된 하이닉스 직원들은 물론이고 32만명에 이르는 주주뿐 아니라 업계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만큼 권오철 내정자의 능력에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권 내정자는 하이닉스 영광과 굴곡의 역사를 한 가운데에서 경험했다. LG반도체와 현대전자의 빅딜에선 현대전자 측으로 인수 협상을 벌였다.

 인수 후에는 합병과 운영 통합 작업도 맡았다. 하이닉스가 어려웠던 2000년 초반에는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을 대상으로 매각 협상을 진행하기도 했다. M&A가 무산되자 ST마이크로와 낸드플래시 기술 제휴, 우시공장 합작 설립 등을 주도하면서 독자 생존의 길을 열었다. 미국, EU와의 상계관세 문제 해결에도 관여했다. 하이닉스가 어려움을 겪었을 때마다 그가 해결사로 나선 셈이다.

 주총을 거쳐 CEO로 임명될 그의 앞엔 여전히 많은 난관이 있다. 7조원에 이르는 차입금을 해결하고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토대를 갖춰야 한다. ‘치킨게임’을 거쳐 많은 경쟁사가 사라졌지만 마이크론·엘피다 등은 건재하며 언제든 치킨게임을 되풀이할 수 있다.

 주인이 없는 회사인 만큼 남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램버스와의 특허 문제, EU가 제기한 담합 제소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문제 해결의 첫 번째 발걸음은 하이닉스 직원들과 소통하고 같은 꿈을 꾸는 것부터 시작된다. 대표 선임 과정의 경쟁자들도 하이닉스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다. 그들에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하고 포용해야 한다. 사장에서 이사회 의장으로 옮겨간 김종갑 사장과도 호흡을 잘 맞춰야 한다. 새로운 선장을 맞는 하이닉스 호가 거친 물살을 헤치고 IT대항해를 잘 시작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