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난안전통신 방식 선정을 2011년 말로 연기했다. 사실상 망 구축 사업이 5년 안팎 늦어지게 돼 그간 사업 수주를 준비해온 주파수공용통신(TRS) 업계가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와이브로 업계는 새 기회를 만들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최근 국방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고방방재청 등 12개 관계 기관이 참석한 가운데 재난안전통신 방식 결정을 신기술 검증 이후인 2011년 말로 연기했다. 사업 추진 효율성과 경제성 확보를 위해 연계 기관 범위를 축소 조정하고, 표준운영절차(SOP)를 마련한 다음 통신방식을 선정한다는 결정이다. 업계는 최소 3년 이상 해당 사업을 수주할 수 없게 됐으며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도 최대 5년 이상 늦어질 것으로
이번 결정으로 국가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은 빨라도 2012년 이후 시작되게 됐다.
2011년 재난안전통신 방식을 결정되면 2012년 예산작업, 2013년 사업 실행에 들어간다. 일부 전문가들은 방식 결정 이후 2년여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며 2015년에야 사업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사업이 6∼8년까지 지연되는 셈이다.
이미 테트라 제품을 도입한 경찰청과 소방방재청도 문제다. 경찰청은 이미 서울, 경기,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울산 등 8개 지방청에 테트라 방식의 TRS 시스템을 구축했다. 소방방재청도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 단말기를 도입해 쓰고 있다. 향후 테트라 방식이 아닌 다른 기술이 채택된다면 이미 투자한 것에 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TRS 방식인 테트라 시스템은 물론 단말기 회사도 향후 사업에 어려움이 예상됐다.사업이 지연된 데다 와이브로 등 새로운 대안이 급부상하면서 향후 사업방식 선정 가능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기존에 테트라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단말기를 구입했던 경찰청이나 소방방재청도 관련 제품의 추가 구입이 어려워졌다.
모토로라(미국), EADS(프랑스), 텔트로닉스(스페인), 셀렉스(이탈리아), 세퓨라(영국) 등 외국업체는 물론 국산단말기를 개발했던 유니모테크놀로지 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 업체 임원은 “이미 정부가 와이브로 기술을 염두에 두고 2011년으로 재난안전통신 방식 결정을 연기한 것으로 본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테트라로 대변되는 TRS 업계와 달리 와이브로 업계 등은 반기는 분위기다. 새로운 사업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재난안전통신망에 맞는 기술적 보완작업이 필요했던 와이브로는 2년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는 점에서 최대 수혜주다. 특히 앞으로 음성보다 이미지 전송 등 데이터 통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진다는 점도 호재다. 9∼12Kbps에 불과한 테트라와의 차별점이 크게 부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TRS업계가 지적한 ‘재난안전통신망의 안정성 확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과제다.
행정안전부 재난안전통신선진화추진팀 관계자는 “재난안전통신 방식 결정 시기를 SOP 마련, 재난주파수 확보 등이 가능한 2011년 말에 결정하겠다는 것 이외에 아직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 좀더 효율적인 시스템을 구축이 최우선 목표”라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