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다르푸르 이즈 다잉` 게임을 아십니까

[ET단상] `다르푸르 이즈 다잉` 게임을 아십니까

‘다르푸르 이즈 다잉(Darfur Is Dying)’게임은 참여자로 하여금 게임의 사회적 역할을 깊이 생각하게 하는 게임이다.

 미국의 한 대학교 대학원생들이 만든 이 게임은 아프리카 수단의 다르푸르내전 참상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제작되었다. 게임 참가자는 게임 속 가상공간에 차려진 다르푸르 난민캠프에 들어가 하루 동안 난민생활을 경험하면서 말로만 듣던 수단 내전의 비극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게 된다. 한편의 게임이 수백만명의 게임 참가자들을 끌어 들여 전쟁의 실상을 체험하게 하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하고 또 행동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경기 기능성 게임 컨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온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트레이시 풀러턴 교수는 게임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하는 새로운 영역의 게임으로 ‘다큐멘터리 게임’을 소개하면서 그 대표적 사례로 ‘다르푸르 이즈 다잉’을 제시했다. 우리말로 번역이 되어 국내에도 보급이 되고 있는 기능성 게임 ‘푸드포스(Food Force)’ 또한 6개의 미션으로 구성된 세계식량기구(WFP)의 식량투하 작전 게임을 플레이 하다 보면 마치 완성도 높은 한편의 방송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정도면 게임이 엔터테인먼트의 영역을 넘어 이미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손색없이 수행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기능성 게임은 현재 교육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한자교육 게임 ‘한자마루’나 영어교육 게임 ‘오디션 잉글리쉬’, 금융기관 직무교육 게임 ‘팍스하나’ 같은 게임들이 출시되면서 국내 교육분야 기능성 게임은 실험단계를 거쳐 사업적 성공사례까지 만들어 가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우리의 게임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분야는 상업 게임이다. 국내 선두 게임업체는 올 들어 매출 1조원 시대를 열었고, 세계 온라인게임의 종주국답게 MMORPG 분야의 대형 게임 성공사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 하나가 성공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회원이 몇 백만 명이 늘었다거나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는 얘기들이 업계의 화젯거리가 되고 그것이 국내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국내에서 기능성 게임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척박하다. 게임이 교육이나 의료, 환경보호,재난예방 같은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다는 시각을 갖게 된 것은 불과 얼마 전이었다. 더구나 게임을 통해 사회적 이슈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어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아직 국내 게임업계에서는 낯설어 보인다. 게임은 독자가 직접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인터렉티브한 스토리텔링 기법 때문에 기존의 콘텐츠 장르와 확연히 구별이 되는 떠오르는 차세대 콘텐츠다. 게임 콘텐츠가 지닌 표현력과 잠재력은 그만큼 무궁무진하다. 이제 우리도 게임산업을 회원 수나 매출규모 같은 상업적 지표로만 가늠하는 단계를 넘어 설 때가 되었다. 게임 콘텐츠의 영역에서도 시대정신을 구현한 기념비적인 작품이 나와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한다.

 다르푸르 이즈 다잉은 400만명이 넘는 세계인들이 경험했다. 푸드포스는 10여개국 언어로 번역이 되어 600만여명이 다운로드를 받을 만큼 세계적 기능성 게임으로 성장했다. 이미 성공을 거두고 있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처럼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서 주목을 받을 수 있는 한국의 기능성 게임이 하루빨리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남진 이엠브릿지 고문 plsta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