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 (279)직원탐구생활-내 성과를 가로채요

[지윤정의 성공파도] (279)직원탐구생활-내 성과를 가로채요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둔 요플레를 가로채 먹더니 심지어 아이디어까지 가로채간다. 야금야금 질문하기에 이것저것 얘기했더니 며칠 내에 기획서로 둔갑해서 박수를 한 몸에 받는다. 자기가 못 할 것 같으면 선심 쓰듯 넘기고, 위험해 보이는 일은 양보하듯 맡긴다. 하던 일은 자기가 하면서 새롭고 어려운 일은 부하에게 맡긴다. 그러다 성공하면 자기 덕, 실패하면 부하 탓이다. 공은 리더가 갖고 잘못은 부하에게 넘기니 양심선언이라도 하고 싶다. 대박난 아이디어의 주인이 나라는 것을 선언하고, 재판을 해서라도 내 억울함을 알리고 싶다.

 부하의 아이디어에 감사할 줄 모르고 공을 나눌 줄 모르는 상사는 오래가지 못한다. 한 번 속지 두 번 속겠는가. 나 같은 후배들이 한두 번 당하고 나면 더 이상 나눌 사람이 없기 때문에 지속적 성장 가능성은 없는 상사다. 열 사람을 한 번 속일 수 있고 한 사람을 열 번 속일 수는 있어도 열 사람을 계속 속이기는 어렵다. 괜히 열 올리고 약 올라 하지 말고 큰 경험했다 치고 대범하게 생각하자. 그보다는 내 아이디어가 정말 대박감이었는지 되짚어보자. 사실 내 아이디어도 새하얀 무(無)에서 나왔다기보다 회사 내 경험, 그간의 시행착오, 고객의 의견 등을 거쳐 나온 것일 게다. 어쩌면 누군가는 나에게 아이디어를 탐한 도둑놈이라고 몰아붙일지 모른다. 업무적 아이디어는 무에서 창조됐다기보다 사회적 상호작용에 따라 개선되고 보완되는 사회적 산물이다. 리더는 부하의 거친 생각을 다듬어볼 만한 아이디어로 승화시키는 것이 권리이자 책임이다. 정 억울하면 우리도 훔치자. 상사의 노하우와 비법을 훔치고, 어떻게 그 자리에 올랐는지 훔치고, 실력도 없으면서 오래 버틴 비결을 훔치자. 내 아이디어를 안 뺏기려고 하기보다 타인의 것을 속속들이 뺏는 것이 더 큰 보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