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중국 정부 간 인터넷 검열 다툼이 미국 대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 블룸버그 등은 미국 정부가 중국 정부의 구글 검색 결과 검열 등을 문제 삼아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4일 전했다.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블룸버그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의 인터넷 정치와 관련해 산업계 의견을 듣고 있다”며 “제소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인터넷 검열 문제는 지난 1월 중국 구글 e메일 해킹 사건이 벌어진 직후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색 결과 검열 등의 문제를 들어 철수를 언급한 뒤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사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워싱턴 정계에서도 잇따라 비난 성명을 내는 등 양국 외교문제로 번지는 듯했으나 정부 차원의 대응은 자제하기로 해 소강상태였다.
하지만 USTR 대표 발언과 함께 미 정부는 인터넷 검열이 불공정한 무역 장벽의 일부로 판단해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엔 미 상원의원들까지 나서 법안제정 등 강력한 입장을 표명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 상원 법사위원회 등은 인권 및 표현의 자유가 도전받는 현실을 직접 언급하며 이란과 중국 등에서 벌어지는 검열 및 인터넷 블록 문제를 조사 중이다.
패트릭 리하이 상원 법사위 의장은 “미국은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이러한 도전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며 “IT 회사들은 혼자 이 역할을 감당할 수 없으며 모두가 이 회사들을 도울 방법을 찾는 것에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시민단체 등도 “중국의 검열은 인터넷 무역을 중단시키는 것”이라는 의견을 강력하게 표명했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움직임을 두고 일부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현실을 세계에 공개하려는 행동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보통 WTO에 무역 문제를 제소하면 복잡한 과정과 함께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빠른 해결이 불가능한 데다 검열로 인한 상업적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증명해 내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수전 애론슨 조지워싱턴대 교수(무역정책)는 “WTO 제소는 여러 가지를 감안한 전략”이라며 “중국의 검열이 WTO에서 공론화되고 중국이 이를 방어하는 입장이 되면 불리한 쪽은 중국”이라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