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모바일 생태계 변화와 대응책

[리더스포럼]­모바일 생태계 변화와 대응책

 작년 미국의 통신업체인 AT&T가 애플 아이폰을 독점 공급하면서 겪은 호황과 데이터 통신 과부하 문제를 우리나라는 남의 일처럼 바라본 적이 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뒤늦은 아이폰 열풍으로 스마트폰 시장이 본격 개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WMC) 2010’에서 전 세계의 주요 IT 업체들은 저마다 새로운 모바일 운용체계(OS)를 선보이며 애플에 도전장을 냈다. PC OS시장의 절대강자 마이크로소프트는 기존 윈도모바일을 대대적으로 바꾼 ‘윈도폰7’ OS를 공개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의 탁월한 개방성을 바탕으로 각국의 스마트폰 개발에 또 다른 열풍을 예고하고 있다. 소니 에릭슨의 첫 안드로이드 폰 ‘엑스페리아 X10’, 모토로라의 ‘퀜치(Quench)’, 중국 화웨이의 ‘U8000’뿐만 아니라 PC 업체인 에이서, 아수스 등도 안드로이드폰 출시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자체 모바일 플랫폼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웨이브’를 공개하며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인 노키아는 인텔과 손잡고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 ‘미고’를 공개했다. 결국 아이폰, 안드로이드, 윈도폰7, 바다, 미고 등의 OS를 바탕으로 노키아, 삼성전자,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은 기존 IT업계의 질서를 깨뜨리며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IT산업 생태계에서 하부 구조물로 여겨지던 소프트웨어 산업의 위상도 급격히 상승했다. 과거엔 이동통신사업자가 가치사슬의 최상단에 위치하면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업체를 통제해 왔지만 이제는 다양한 OS를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폰 업체, 앱스토어, 무선인터넷 등 소프트웨어 업체가 IT생태계의 상위로 부상하는 분위기다. 결국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해외 IT기업이 수년 전부터 장기적인 전략 아래 전 세계적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을 눈여겨보지 못한 처지가 돼 우리나라는 IT강국이라는 구호가 무색해진 감이 있다. 열린 IT 생태계를 만들고 IT강국의 위상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모바일분야(무선인터넷)의 주도권 확보가 시급하다.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장기적이고 유기적인 육성책이 필요함은 재론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또 스마트폰 보급의 점진적 증가로 인한 트래픽 상승 대비책이 매우 중요하다.

 스마트폰류의 출현으로 무선데이터의 활성화를 감당할 만큼 네트워크가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다. AT&T는 아이폰 출시 후 무선데이터 트래픽의 증가로 심각한 망 품질 문제를 겪고 있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의 트래픽이 최근 100배로 증가했다는 통계도 보인다. 이는 요금정책의 다양화, 유연화에 따라 더 증가할 것이므로 네트워크의 확충과 초고속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관심을 보이지 못했던 무선랜(Wi-Fi)과 와이브로가 W-CDMA와 결합돼 스마트폰의 무선인터넷 데이터 트래픽의 요금 절감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향후 10년을 대비한다면 초고속 무선이동성이 확보되는 4G 네트워크와 백본 개발에 좀 더 과감히 투자해 무선전송량의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또 폭증하는 트래픽에 네트워크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는 셀 페이징 채널(Cell Paging Channel) 기술, 트래픽 분산(Offloading) 기술 등의 R&D 강화가 절실하다.

박항구 소암시스텔 회장 hgb@soamsy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