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국내 게임 심의기관인 게임물등급위원회(이하 게임위)와 정면 충돌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아이폰 쇼크로 인해 인터넷 본인확인제 등 국내 인터넷 규제의 근간이 흔들리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게임 심의 제도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10일 게임위와 구글 등에 따르면 구글은 최근 국내 서비스중인 안드로이드폰용 애플리케이션 오픈마켓인 안드로이드마켓에서 국내 심의를 받지 않은 게임 4천400여개를 유통중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모든 게임은 게임위의 등급 분류 심의를 받아야 하는 관련법에 따라 이들 게임은 명백히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구글은 자사 서비스 정책에 따라 이들 게임에 대해 향후에도 심의를 적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확인함으로써 불법 서비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선정성과 사행성 등 유해성이 있는 콘텐츠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됐다.
특히 구글이 기존에는 국내법과 갈등을 빚다 서비스를 철수하거나 해외로 돌리는 등 방법으로 형식상으로나마 국내법을 지켜왔으나 이번에는 이 같은 형식도 지키지 않음으로써 국내 법제도와의 정면 충돌 양상까지 빚어지게 됐다.
여기에 애플 앱스토어와 국내 앱스토어들이 심의제도를 준수하는 것과 비교해 형평성 시비도 불가피하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됐지만 게임위로서는 사실상 별다른 대책이 없는 형편이다.
게임위는 우선 구글에 심의 제도 준수를 권고하고 이후에도 불법 서비스가 계속될 경우 접속 차단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실적으로 유무선 통합 환경에서 특정 카테고리의 접속을 막는 게 가능한지 미지수다.
이에 따라 게임위는 최악의 경우 경찰 고발이라는 ’강수’도 검토중이지만 역시 미국 본사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해 사법적 조치가 불가능하다.
결국 구글이 이전처럼 게임위의 권고를 받아들여 게임 서비스를 차단하는 것이 그나마 차선책이 되겠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구글 관계자는 “구글 안드로이드 마켓은 세계적으로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콘텐츠는 일단 개발자의 책임이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신고 등 사후 처리 과정을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게임 서비스를 차단한다고 해서 인터넷 환경에서 의미있는 이용자 보호조치가 될지도 의문”이라며 “정식으로 시정 권고를 받으면 본사와 재협의해보겠다”고 말했다.
게임위 관계자는 “우선 시정 권고를 하고 반응에 따라 이후 조치를 결정하겠다”며 “국내에서 서비스하는 모든 기업이 국내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