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포럼]북한경제 위기의 본질](https://img.etnews.com/photonews/1003/201003110187_11031631_377801041_l.jpg)
2010년 현재 지구촌에서 사회주의를 명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북한은 아직도 공식적으로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북한을 제외한 국가들이 사회주의를 포기한 이유는 계획경제 모순 때문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 모순은 기본적인 생필품조차 공급이 불가능한 결핍경제(shortage economy)를 초래했고, 결국 사회주의 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북한경제 위기는 사회주의 체제 자체로부터 비롯된 것이며, 일시적 정책 실수나 단기적 불황국면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사회주의체제에서 비롯된 근로의욕 상실과 저생산성, 계획경제의 비효율성 등은 기아를 초래할 만큼 심각한 공급부족상황을 야기시킨 주인들이다. 북한경제 위기는 이와 같은 점에서 심층적이며, 따라서 총체적 위기라고 할 수 있다.
북한경제 위기 해소를 위한 조치는 총체적 차원에서 모색돼야 하며, 시장화를 내용으로 하는 체질개선을 지향해야한다. 이는 북한경제 개혁이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의미한다. 탈사회주의체제 전환 국가들이 취한 시장화조치들은 자유화와 사유화를 골격으로 한 것이었다. 생산과 거래, 그리고 가격결정에 있어 자유화 조치와 소유권 사유화는 시장화 조치의 핵심내용이었다. 그러나 북한이 그동안 경제위기 해소를 위해 취한 조치들은 이같은 처방과는 거리가 있었다. 북한경제 위기는 생산 및 공급부족이라는 근본적 요인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시행한 조치는 이와는 거리가 먼 배급체제와 유통분야에서 해법을 찾은 것들이다. 경제위기에 대한 북한당국의 입장은 2009년 말 단행된 화폐개혁 조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북한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서는 자유화와 사유화를 골격으로, 생산성 향상과 공급 확대를 가능케 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북한 당국은 이 같은 근본적 처방을 도외시한 채 배급체제와 유통분야 문제에 주목해왔으며, 화폐개혁은 이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따라서 화폐개혁 조치는 단기적 충격효과 이후 생산과 공급부족에서 비롯된 문제들이 다시 다양한 형태로 재연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는 화폐개혁이 북한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한계를 말해준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단행한 화폐개혁은 의도하지 못했던 부정적 결과만 남긴 채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화폐개혁은 계획경제의 모순을 어느 정도 해소하면서 북한경제에 순기능을 해왔던 시장경제의 기능을 마비시킴으로써 공급 부족현상의 심화와 함께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켰다. 북한 지도부의 진화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화폐개혁은 성공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북한 주민들이 체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를 느끼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북한주민들의 저항 및 불만은 체제와 지도자에 대해 직접적 형태로 표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화폐개혁은 북한경제 위기의 모순을 현재화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시장화를 통하지 않고는 북한경제 위기의 문제들이 해소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북한이 시장화를 지향하는 근본적 정책전환과 핵 포기라는 선택을 하지 않는 한 북한경제 위기는 지속될 것이며, 화폐개혁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경제 상황 변화에 대해 지속적 관심과 아울러 북한의 시장화를 위한 지속적 노력이 필요하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hbcho@kinu.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