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인 1969년, 미국 UCLA와 스탠포드연구소에서는 당시의 상식으로는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한 연구가 진행됐다. 미국 UCLA와 650㎞ 떨어진 스탠포드연구소에서는 컴퓨터에 로그인해 하나의 시스템이 다른 시스템과 서로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실험이었다.
한쪽에서 L, O, G등의 글자를 입력하면 다른쪽에서는 이를 받아 I, N을 입력하는 아주 단순한 방식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획기적인 연구였다. 알파벳 L을 입력하고 나서 전화를 걸어 ‘L자를 받았어?’라고 물어본 후 다시 O와 G를 입력하는, 극히 초보적인 이 실험은 네트워크를 통한 최초의 패킷으로 인터넷 역사에 기록됐다.
미국 각지에 있는 연구소와 대학의 컴퓨터를 연결해 방대한 자원을 공유할 목적으로 미 국방부에서 만든 패킷 교환 네트워크인 ‘알파넷(ARPANET)’은 이렇게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알파넷은 이후 음성과 데이터를 주고 받는 목적으로 쓰이다가 TCP/IP 프로토콜의 등장을 계기로 월드와이드웹(WWW)이 가능해지면서 현재의 인터넷으로 발전했다. 알파넷과 인터넷은 컴퓨터끼리 상호간에 통신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플랫폼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지만 인터넷 등장 이후 사람들끼리 서로 교류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함께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전과는 다른 플랫폼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스마트폰 역시 인터넷 및 플랫폼 패러다임의 이동을 알리는 새로운 터닝 포인트로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스마트폰은 지난 20여년 동안 유지해온 ‘인터넷=유선=PC’라는 등식을 깨뜨렸다. 인터넷이 PC에서만 가능하고 집밖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고정관념을 스마트폰은 단번에 바꿔버렸다. 스마트폰이 활성화된 작년 12월부터의 월 평균 무선 데이터 사용량은 그 전과 비교해 수백배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함으로써 패러다임의 이동을 확연히 보여주고 있다.
플랫폼 패러다임의 이동은 또한 디지털 컨버전스의 확산을 통해 텔레비전을 중심으로 PC와 휴대폰을 구분 짓던 경계선을 빠르게 무너뜨리면서 텔레비전과 PC, 휴대폰에서 같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3스크린’의 시대를 앞당기고 있다. 즉, 텔레비전을 통해 인터넷 검색을 하고 PC를 통해 텔레비전을 즐기며, 휴대폰을 통해 이메일을 보내고 뉴스를 보는 세상으로 변화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3스크린에 ‘디지털 OOH(Out of Home)’를 결합한 ‘4스크린’에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OOH는 소비자들이 있는 어느곳이나 설치할 수 있고 이용자들의 반응을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등의 장점으로 새로운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손을 잡고 이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월마트, 베스트바이, 코스트코 등의 매장에 21만개의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는 등 확대 일로에 있다. 국내에서 또한 최근 2AM 같은 인기 가수의 뮤직비디오를 지하철에 설치된 디지털 OOH에서 최초 공개하는 등 재미있는 실험들이 시도되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0여년 전에 등장한 알파넷과 스마트폰의 등장은 패러다임을 전환했다는 점에서 같다. 플랫폼 패러다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시시각각 진화하고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대비하고 준비하는 기업만이 또 다른 기회를 열고 선도할 수 있다.
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이사 wsh-choi@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