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젊은 스타CEO들이 보고싶다

 최근 젊은 CEO들이 눈에 많이 띄지 않는다. 정부가 청년 창업을 독려하고, 많은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벤처정신’으로 도전을 해보겠다는 사람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유력 스타급 벤처인으로 손꼽히는 황철주·김택진·변대규·조현정·김영달씨 등도 사실 10년 전부터 이미 이름을 날린 기업가들이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벤처기업인의 면면엔 변화가 없는 셈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20대의 코스닥 상장사 대표가 나오기도 했으며, 30대 초중반의 스타급 벤처인도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기술로, 이런 비즈니스모델로 성공했다’하는 벤처 성공 사례를 자주 접하지 못한다.

지금 대한민국엔 도전 문화가 사라졌다. 대학 내 창업 동아리의 인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반면 공기업·금융기관·공직에 들어가기 위한 스터디 모임엔 학생들이 넘쳐난다. 취업 재수를 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스펙을 높일 생각을 하는 이는 많지만 창업을 하거나, 중소 벤처기업에서 꿈을 키워보겠고 도전하는 이는 적다.

우리나라가 IMF를 조기에 극복하고 IT강국으로 자리매김했던 데는 중소 벤처 붐이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일부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수많은 중소벤처 기업이 생겨나 새기술을 만들고, 시장을 개척했던 역동성이 있던 시기였다.

90년대말, 2000년대초만 해도 너도나도 대기업에서 나와 벤처기업을 만들었고, 중소기업으로 향했다. 세팅된 조직에 있는 것보다 기회가 있는 벤처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문화가 생겨난 것이다. 도전이 성공한다면 부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됐을 것이다.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벤처의 거품이 빠졌다. 수많은 벤처기업이 몰락했다. 이를 보면서 젊은이들은 불확실성보다 안전 제일을 택했다.

물론 이를 탓할 수만 없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환경을 이들이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해법은 따라서 이런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다. 도전이에게 용기와 힘을 실어줄 문화 확산이 필요하다. 혹시 그 도전이 잘못되더라도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 사회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안전제일주의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축구 경기에선 슛을 많이 쏴야 골도 들어갈 확률이 높다. 슛이 빗나갔다고 선수를 비난해선 안된다. 질타가 많으면 선수는 슛을 아낀다. 자꾸 도전할 수 있도록 감독이, 팬이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중소기업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되고, 좋은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래야만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지원하고, 적극적 창업을 하면서 다음 세대를 이끌 스타 기업, CEO들이 늘어날 수 있다.

정부는 단순히 자금만 지원할 게 아니라 도전이 많아질 건강한 ‘벤처 생태계’ 조성에 더 많은 힘을 쏟았으면 한다. 그래야 좋은 터전에서 과감히 도전을 하는 젊은 스타 CEO들, 강소 벤처기업이 많이 탄생할 것이다.

김승규 G밸리팀장 se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