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정치의 서막을 알린 국정자문회의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가 13일 막을 내린 데 이어 의회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도 14일 폐막한다.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兩會)의 초점은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회복하는 단계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경제성장 유지와 경제발전 모델 전환 등 경제문제가 주요 이슈로 논의됐다.
또 부동산 급등 현상과 맞물려 있는 주택정책, 교육·의료, 농민공, 부정부패 방지, 도농 차별적인 선거법 수정, 호구제도 개혁 등 민생 문제도 주요 의제로 논의됐다.
특히 거수기 역할에 만족했던 전인대 대표와 정협 위원들이 과거와 달리 각종 정책을 놓고 설전을 벌이는가 하면 국정 실책을 적나라하게 질타해 소리없는 박수를 받았다.
이번 양회는 대표단 숙소에서 1회용품이 사라지고 회의 서류로 돌종이가 채택되는 등 `친환경 회의`로 치러졌으며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를 필두로 양회 대표단이 수차례에 걸쳐 네티즌과 온라인으로 대화하고 `마이크로블로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등 인터넷 정치를 중시하는 점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우선 경제발전과 관련, 원 총리가 지난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8%를 달성하기 위해 지난해보다 10% 정도 더 늘린 1조500억위안의 적자예산을 편성, 경기부양 조치를 지속하기로 했다.
중국은 이를 위해 올해 각 분야에서 구조조정을 단행할 계획을 밝혔다.
중국이 추구하는 경제발전방식의 전환은 주요 제조업의 경우 첨단 제조업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서비스산업 발전을 촉진하며 에너지 고효율 산업에 집중한다는 게 골자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도 양회 기간 "경제발전 모델 전환을 잠시도 늦춰서는 안된다"면서 총동원령을 내리는 등 최고지도부는 올 한해 경제발전 방식의 전환을 중점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우방궈(吳邦國) 전인대 상무위원장이 발표한 전인대 업무보고와 자칭린(賈慶林) 정협 주석이 개막식에서 발표한 업무보고에서도 경제구조조정 문제와 민생 문제 등의 내용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은 원 총리가 업무보고에서 공직자 재산 신고제를 엄격히 시행하겠다고 밝히는 등 부정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이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도 피력했다.
전인대보다 이틀 빠른 3일에 시작해 13일 오전 폐막한 정협에서도 경제구조조정과 민생 개선 방안 등 각종 아이디어가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정협 위원들은 경제 발전 및 구조조정 대책을 비롯해 정치, 부동산, 법률, 교육, 과학기술, 문화, 위생, 사회보장 등 분야별 대책과 건의안 5천430건을 정부에 제출했다.
건의안은 지속적인 경제성장과 경제 구조조정에 관한 안건이 2천200건으로 가장 많았고 민생 개선 및 보장 분야가 1천700건, 사회안정 분야가 1천100건 등이었다.
특히 올해 양회는 대표단이 정부의 실정과 고위관료들의 발언을 가감없이 비판하는 모습으로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황멍푸(黃孟復) 정협 부주석은 "8개 부처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신흥산업정책은 말만 많고 실제는 없는데다 투입량은 많은데 효율성은 떨어진다"며 "중국 정부의 신흥산업 육성계획은 효율성이 떨어지는 낙후된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부동산 재벌로 정협위원인 런즈창(任志强) 화위안(華遠)그룹 회장도 "장핑(張平)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 주임이 최근 4조위안의 경기부양자금이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에 전혀 흘러들어 가지 않았다고 말한 것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또 이번 양회에서는 국유기업만 정부의 지원으로 발전하고 민영기업은 후퇴한다는 이른바 `국진민퇴(國進民退)` 논란이 빚어지고 국유기업 내에서도 고위직과 일반직원 사이의 임금격차가 18배에 이른다는 주장과 함께 소득격차 확대 문제도 심도있게 논의됐다.
아울러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장, 셰쉬런(謝旭人) 재정부장, 천더밍(陳德銘) 상무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리이중(李毅中) 공업정보화부장 등 주요 부처의 장관급 인사들이 직접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 중·미 관계, 기후변화 등 국제적 이슈에 대한 솔직한 입장을 밝혀 이번 양회는 중국 정부와 국제사회와의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됐다.
중국의 양회는 과거에 비해서는 상당히 자율적이며 개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중국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인권 등 분야에서의 통제조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언론과 외신 등에 따르면 공안 당국이 양회 기간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들을 일시 구금하거나 상경하지 못하게 하는 등 `격리` 조치를 취했으며 호구제 개혁을 촉구하는 13개 주요신문의 공동사설을 집필한 장훙(張宏) 부총편집장은 해직 조치를 당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