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을 둘러싸고 검색업계의 최강자 구글과 하드웨어의 강자 애플의 혈투가 점입가경이다.
올해 초 구글이 대만의 휴대전화업체 HTC와 손잡고 ’넥서스 원’ 휴대전화을 발표하면서 애플 아이폰과의 전면전을 선언하자, 애플은 지난 2일 HTC가 아이폰의 사용자환경(UI)과 하드웨어 등에 대한 20건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델라웨어주 연방 지방법원과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경쟁사들이 우리의 특허기술을 훔쳐가는 것을 방관하지 않고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면서 “경쟁은 건전한 것으로, 경쟁자들은 고유한 기술을 창조해야 하며 훔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플의 이번 소송은 제조사인 HTC에 대한 것이지만 업계에서는 브랜드 소유자인 구글을 상대로한 간접 소송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두 회사는 또 모바일 광고시장과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도 서로를 향해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이 됐다. 온라인 광고를 핵심 수입원으로 삼고 있는 구글을 겨냥해 애플이 모바일 광고업체 ‘콰투로 와이어리스’를 인수했고, 애플의 노트북 맥북 에어에 대항해 구글은 크롬 OS를 탑재한 소형 넷북을 출시할 예정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양사의 경쟁에 대해 “지난 6개월 동안 두 회사는 기업인수, 특허권, 아이폰 응용 등의 분야에서 혈전중”이라며 “불과 3년전만 해도 절친한 친구사이였던 슈미트 구글 회장과 잡스 애플 CEO가 단순한 경쟁의 차원을 넘어 감정적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실리콘 밸리의 한 투자자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제3차 세계 대전”이라며 “IT 산업의 최강자들인 두 회사간에 서로를 향한 엄청난 반감이 작동하고 있으며 역사상 최대의 자존심 싸움이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 교수는 “싸움이 점점 추악해져 가고 있다”며 “애플을 꺾기 위해 구글은 매우 공격적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이 경우 애플 아이폰은 가격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의 전쟁에 대해 구글의 쉬미트 회장은 “스티브 잡스는 세계 최고의 CEO라고 여전히 믿고 있으며 그와 애플을 존경하고 있다”고 말했고, 질 헤이젤 베이커 대변인은 “애플은 소중한 동반자이며 지난 30년 동안 그들이 기술영역에서 해온 모든 것들을 존중한다”며 ‘전쟁’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NYT는 양사간 분쟁의 깊은 곳에는 잡스의 쉬미트에 대한 배신감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잡스 CEO는 지난 1월 회사 종업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검색 사업에 진입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휴대전화 시장에 들어왔다”며 “구글은 아이폰을 죽이려 하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 둬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신문은 “잡스는 구글의 옛 친구가 자신의 주머니를 훔쳤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