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번호통합` 01X 저항 심하네~

휴대폰 이용자의 10명 중 1명은 단말기와 이용요금에서 혜택을 준다고 해도 현재 자신이 쓰고 있는 번호를 바꿀 의향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업자들은 2G망 운영의 비효율성이 발생하는 시점에서도 기존 ‘01X’ 번호를 유지하려는 가입자의 저항에 부딛힐 것으로 조사됐다.

16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개최한 ‘010번호통합에 관한 정책토론회’ 발표자료(KISDI)에 따르면 서울 및 6대 도시 휴대전화 이용자 1800명(010:720명, 01X:1080명)을 대상으로 이용자 성향을 조사한 결과, 단말기와 요금 해택에 상관없이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이용자가 9.9%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단말기 혜택을 줄 경우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24.0%, 이용요금 혜택이 주어질 경우 바꾸겠다는 응답자는 17.1%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조사결과 01X번호 이용자의 93%는 현재 이용하는 번호를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며(010 이용자는 86%), 017 이용자의 비변경의지가 가장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정책토론회에서는 ‘번호변경 표시서비스’가 010 번호통합 정책의 대안으로 제기됐다. 번호변경 표시는 010 전환 후에도 상대방의 휴대폰에 자신의 기존 ‘01X 발신번호’가 뜨게 하는 서비스다. 특히 010 가입자 비중이 80%를 넘으면 010 강제통합 등을 고려해왔던 방송통신위원회(옛 정보통신부)가 최근 시장 자율에 의한 번호통합으로 정책의 가닥을 잡으면서, 번호변경 표시서비스가 사업자의 2G망 유지 비용을 최소화하는 대안으로 재논의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010 전환 가입자율이 90%가 넘는 시기는 오는 2012년 3분기로, 그 이후에는 전환 증가율이 0.9%포인트에 머물 전망이다. 이 추세대로 진행되면 2014년 3분기에는 전환율이 95.9%로 높아지고, 전환증가율도 0.4%포인트로 떨어진다.

주재욱 KISDI 책임연구원은 “2G 서비스 종료 유인이 발생한 직후, 자연전환 속도가 급감하는 상황이 가장 문제”라며 “이 경우 완전통합이 자연스레 이뤄지기를 기다리기까지 많은 시간과 비용이 발생, 정책 당국의 결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따라서 강제통합을 안하겠다면 방통위는 또 다른 대안을 제시해야하는만 하는 상황에 몰린다.

KISDI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용자들이 꼽는 010 변경시 최대 문제점은 ‘변경 번호를 알리는 것 자체가 귀찮아서(49.1%)’다. 하지만 번호변경 표시서비스는 01X 사용자가 010번호로 바꿔도 기존 01X 번호를 그대로 상대편 전화기에 무료로 표시해준다. 따라서 010 자연 전환에 가장 효과적인 유인책으로 꼽힌다.

특히 FMC 등 각종 융합상품이 일반화되는 시기에 불거질 070 등 타번호 표시 문제 역시, 이 서비스를 통해 자연스레 해결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하성호 SK텔레콤 정책개발그룹장은 “번호변경 표시는 정부의 식별번호 정책에 역행하는 서비스”라며 “굳이 2개 번호를 혼용해 쓸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통합LG텔레콤 관계자는 “(번호변경 표시서비스는) 법적으로 서비스별 사업자의 식별번호를 규정한 ‘번호관리세칙 제8조 제2항 3호’에 위반된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3사가 동시에 서비스를 시행할 수 있도록 해준다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고 덧붙혔다.

심규호·류경동기자 khsim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