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계 반도체업계 ‘이익률 최고’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이익률이 지난 10년간 최고 수준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3년간 혹독한 불황을 거치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한 덕분에 경기 침체 국면에서 본격 탈출하던 시기 위력을 발휘한 것으로 분석됐다.

16일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세계 반도체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21.4%로, 지난 2000년 4분기 24.7%를 기록한 뒤 10년 만에 사상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특히 이 같은 이익률은 지난해 1분기 평균 -5.3%에서 3분기 만에 반등한 성적이다. 지난 한해 동안 전세계 반도체 시장이 급격한 부침을 겪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이서플라이는 작년 4분기 경이적인 이익률이 전세계 경기 회복세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업계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을 비롯해 시장 대응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데렉 리도우 아이서플라이 CEO는 “작년 한해 반도체 업체들은 강도 높은 원가 절감을 통해 현금흐름을 개선해왔다”면서 “또한 수요가 서서히 살아나는 상황에서도 성급한 공급량 확대를 자제함으로써 이 같은 결과를 얻어냈다”고 말했다. 또한 전체 설비 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한 가운데 미세공정 전환 등 생산성 향상에 주력한 것도 한몫했다.

아이서플라이는 특히 최근 반도체 산업의 체질 개선 노력에 주목했다. 과거 반도체 업체들이 매출·점유율 확대를 위해 광범위한 제품 라인업을 구축했다면 근래 들어서는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품목에 집중함으로써 수익성을 향상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리도우 CEO는 “예전 반도체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에 유효했던 외형 확대 전략은 결국 시장에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면서 “지금은 특화된 시장 영역에 집중하면서 수익성과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단적인 예가 독일의 인피니온테크놀러지다. 인피니온은 경쟁이 치열한 메모리 및 통신 시장에서 벗어나 자동차·산업전자·무선·보안 산업용 시스템 IC에 주력하면서 이익률을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일본 반도체 업체들이 광범위한 제품군에서 탈피해 특정 영역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같은 배경이라고 아이서플라이는 진단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