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규제를 강화한 영국의 ‘디지털경제법’이 5개월여의 치열한 논쟁 끝에 상원에서 통과됐다.
하원에서 처리된다면 불법 파일 공유자의 인터넷 계정을 차단하고 공공장소에서 ‘와이파이’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게 되는 등 여러 정책이 시행된다.
영국 상원이 오프컴의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고 불법 파일 공유를 근절해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디지털라디오(DAB) 전환을 촉진하는 등 영국이 디지털산업을 보호·육성하는 계획을 담은 디지털경제법을 통과시켰다고 텔레그래프 등 영국 주요 외신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지난 11월 피터 맨델슨 상원의원이 제안한 이 법안은 그동안 숱한 논쟁을 불렀다. 인터넷서비스 제공자가 반복적으로 불법 파일공유를 시도하는 지식재산권 침해자의 인터넷 속도를 늦추거나 차단할 수 있으며(삼진 아웃제), 대법원이 저작권 침해 자료를 다수 다루는 웹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조항이 쟁점이었다. 특히 정부가 ‘의회 동의 없이’ 기술 발전에 맞춰 저작권법을 수정할 수 있고,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반드시 보안을 걸어야 한다는 항목이 문제가 됐다.
통과된 법안에서 ‘정부가 저작권법을 의회 동의 없이 임의로 수정하는 조항’은 폐기됐지만 나머지 조항들은 큰 수정 없이 추진되는 것으로 결론났다. 5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당이 법안의 빠른 처리를 원하고 있어 자유민주당이 새로 내놓은 수정안은 표결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상원은 정권 말기에 추진한 법안들이 총선 전에 시간 여유가 없을 경우 토론 절차를 생략하고 하원에서 통과시키는 ‘워시 업 스테이지’ 절차를 가동했다. 전문가들은 정치 일정에 따라 하원에서도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안은 IT업계 전반에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불법 파일공유로 몸살을 앓는 음악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지만, 브리티시텔레컴·구글·페이스북 등은 “인터넷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불법 파일 공유자에게 벌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자유 운동가들 역시 디지털경제법 통과에 반발했다. 짐 킬로크 오픈라이츠그룹 대표는 “디지털경제법은 오히려 신산업의 발목을 잡는다”며 “인터넷 접속은 기본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황지혜기자 goti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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