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비자 A는 “집 전화 서비스 회사를 바꾸지 않겠느냐”는 한 통신사업자의 제안(전화)을 받고 “‘더 자세한 정보’를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추가 정보가 제공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서비스 회사 전환에 구두로 동의하거나 계약서에 서명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바뀌었다. A가 “예전 회사로 되돌리라”고 요구하자 “지금은 최소약정기간(minimum term contract period)이라며 조기계약해지료 300파운드(약 52만원)를 내야 할 것”이라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2 통신상품 외판원이 장애인 B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쓰고 있는 집 전화 선(line)에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B의 집 전화는 그 외판원이 속한 회사의 상품이 아니었음에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던 것. 외판원은 B의 집에까지 찾아가 값싸고 질 좋은 전화상품을 제안했으되 거의 융단폭격에 가까운 질문들(개인 신상 포함)을 쏟아내 B를 불편하게 했다. B는 결국 외판원이 조성한 강압적인 분위기에 떠밀려 계약하고 말았다.
18일부터 영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컴(Ofcom)이 이처럼 부적절한 통신상품 판매·판촉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하기 위한 ‘일반 조건(General Condition) 24’를 시행한다.
소비자에게 상품을 잘못 안내하거나 부적절한 방법으로 판매·판촉하다가 적발되면, 해당 통신사업자 ‘연간 총매출의 10%’까지 벌금을 물린다. 소비자가 요구한 가격·조건 관련 상담을 거절(slamming)해도 같은 수준으로 무겁게 책임을 묻기로 했다.
핵심 규제 대상인 ‘잘못된 판매(mis-selling)’는 소비자에게 필요하지 않은 기능과 상품 등을 덤터기 씌워 파는 행위다. 묶음(패키지)상품 가격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거나 최소약정기간과 조기계약해지료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게 전형적인 형태라고 오프컴이 설명했다. 궁극적으로는 위법행위를 한 사업자에게 더욱 빠르고, 효율적으로 법을 집행해 소비자를 보호하는게 새로운 규제의 목표다.
오프컴은 집 전화를 비롯한 유선통신시장에서 소비자의 ‘잘못된 판매’와 ‘상담 거절’ 관련 불만이 가장 많아 한 달 평균 750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 강력한 규제 수단(일반 조건 24)을 마련한 것이다.
‘일반 조건 24’에는 통신사업자로 하여금 판매·판촉 행위의 녹음 기록을 유지하게 했고, 판매 시점과 사후에 제공할 정보의 유형·수준을 승인받게 했다. 제공할 정보에는 계약 기간 정보, 서비스 조건, 계약상 소비자 책임(불이익), 소비자의 계약 취소 권리 등을 꼭 포함하게 했다.
에드 리차드 오프컴 수반(CE)은 “통신사업자의 정직하지 못한 판매·판촉 행위로 소비자가 고통받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새 규정을 따르지 않는 회사들에게 망설임 없이 법을 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