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한국의 SW, 이제 우물 밖으로 나가야

[ET단상]한국의 SW, 이제 우물 밖으로 나가야

 아이폰 쇼크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마치 판도라 행성의 나비족들이 지구인들이 타고 온 우주선을 보고 수군대는 느낌이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고 있던 사실이 있었던가. 화려한 스마트폰의 등장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고, 콘텐츠의 중요성이나 오픈 이노베이션의 위력을 모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애써 외면하고 있던 불편한 진실, 우리나라 SW경쟁력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는 서글픈 현실의 일부가 드러났을 뿐이다. 그리고 국가라는 경계선에 처 놓은 어설픈 장벽은 그 장벽이 어떤 종류이건 앞으로는 더 이상 통하지 않음이 다시 한번 증명되었을 뿐이다.

 한국의 SW시장이 아주 작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세계 시장의 1% 남짓이다. 그 환경 또한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SW가치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이 부족하고 낙후된 유통구조에 불법복제에 대한 죄의식도 약하다. SW개발 실력과 그 원가만을 고려하면 인도 회사들이 세계의 SW시장을 지배해야 한다. 그러나 인도회사로 세계적인 SW브랜드는 하나도 없다. 인도에는 SW사업의 마당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SW개발자들이 존재할 뿐이다. SW는 문화가 아니다. 지역이나 인종별로 고유한 SW가 존재할 수 없다. 세계표준을 구성하고 글로벌하게 통용되는 SW만 살아남는다. SW의 세계에는 지구라는 단 하나의 사업마당이 존재할 뿐이다.

 SW는 수출이라는 말이 썩 어울리지 않는다. 물류도 통관도 없다. 70년대에 국경을 넘나들며 수출을 견인하던 종합상사 같은 역할이 통하지 않는다. 당연히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시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테스트하기도 어렵기에 HW보다 판매하기 더 어렵다. HW도 만들기보다 팔기가 몇 배 어려운데 한국에서 만든 패키지 SW를 선진국에 팔려고 하면 그 어려움이 오죽하겠는가.

 서비스화가 우리에게 주어진 길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용되는 버전으로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해주는 SW서비스가 대세를 이루어가고 있다. 서비스화를 위해서는 SW의 아키텍처부터 마케팅, 판매, 계약 형태, 서비스 조직 등 모든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한국이 인도보다 나은 점도 있다. 조건을 갖춘 테스트베드는 개발능력 못지않게 중요한 경쟁력 요소 중의 하나이다. 선진화된 사용환경, 다양한 연동접속 요구, 얼리 어댑터, 그리고 앞뒤 사정 안보고 기능 및 성능 추가 요구하는 사용자들의 독특한 문화가 한국이 가진 경쟁력이다.

 정부의 SW육성정책도 한몫할 것으로 본다. 지난 2월에 발표된 SW도약전략은 방향도 시기도 적절하다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해외진출을 중시하고 있는 점이 마음에 든다. 해외진출의 의지를 잃어버린 SW기업들이 다시 도전하는 용기를 찾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우리 국민 누구나 느끼고 있듯이 한국의 국가 이미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불과 수년 전, 우리 제품을 메이드인 USA로 포장할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던 기억이 엊그제 같다. 마치 자고 아침에 일어나니 세상이 변해 있는 느낌이다. 원자력발전소를 수출하는 회사들도, 밴쿠버에서 금메달을 차지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는 우리의 빙상선수들도 모두 SW 해외진출의 지원자들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SW를 사준다는 건 그 SW를 만든 나라의 이미지가 가장 꼭대기에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래서 어렵지만 그래서 더 중요하다. SW 해외진출이 진정한 이미지 강국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그날을 기대해 본다.

이선주 인피니트헬스케어 사장 sunjlee@infinit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