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정책은 인재를 양성한다는 측면에서 개인의 성장, 국가의 발전, 더 나아가 인류와 세계가 발전해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분야 중의 하나다. 그만큼 신중하고 치밀해야 한다.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은 우리나라 이공계 인재 배분과 양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단순히 의사 양성의 문제만은 아니다. 의전원 제도시행 6년이 된 지금 그 효과와 문제점을 두고 지속여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인센티브제를 비롯한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로 인해 41개 의과대학 가운데 66%인 27개 대학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완전 전환 혹은 병행하게 되었고, 치의학전문대학원 역시 11개 대학 가운데 8개교가 완전 전환 혹은 병행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의전원 시행 이후 현실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들은 매우 심각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이공계 황폐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입 과열경쟁 완화라는 당초 목적은 달성하지 못한 채, 오히려 이공계 대학 생활이 의전원이라는 또다른 입시에 매몰되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실제 국가 장학생인 한국과학기술원 졸업생의 의전원 진학은 매년 증가해 지난 5년간 127명에 이르고 있다. 치전원까지 포함하면 총 265명에 달한다. 포항공대와 서울공대 출신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욱 많다.
두 번째는 공공의료 분야의 인력부족 문제다. 의전원 전환으로 공중보건의사, 군의관 부족 현상이 악화돼 최근에는 별도의 국방의학원을 설립하자는 법안까지 발의됐다. 또한 지방 소재 의전원 입학생들의 수도권 출신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졸업 이후 수도권 회귀 현상도 우려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공자들을 선발하겠다는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생물학, 화학 등 자연과학 출신이 전체 입학생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인문·사회계열 출신은 10%를 넘지 못한다. 또 비싼 등록금 때문에 형편이 넉넉지 못한 학생들의 의전원 입학 자체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학위 또한 의대 졸업자는 학사, 의전원 졸업자는 석사로 인정하는 등 형평성도 맞지 않다.
그렇다면 뜨거운 감자인 의전원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 것인가? 교과부는 ‘의·치의학교육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위원회)’를 구성하고 운영기한을 4개월이나 연장해 가며 해법을 찾고 있지만 결론을 내리기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모두가 납득할만한 계량화된 근거라고 한다면 처음으로 각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합의해 수행한 위원회의 평가 결과가 유일하다.
교과부는 평가의 시기, 주관성, 대표성 등을 문제 삼으며 평가의 한계점을 미리 못박았다. 이런 문제들을 지적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타당한 일이지만, 현 단계에서의 연구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며,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의전원 제도에 관한 평가결과가 정책을 추진해야하는 교과부 입장에서 긍정적이지 않을 수 있다. 평가에 참여한 이공계 교수의 70%가 이공계 기피현상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의전원 학생들의 학업 수준 등도 의대생들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자들의 입장이고 학생들의 현실이다. 큰 틀에서 국민들의 생각이기도 하다.
눈 앞의 상황을 도외시한 채 제도를 위한 제도를 고집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의 현재 상황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의도된 결론없이 각계의 입장을 수렴해 향후 의학교육제도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영아 한나라당 의원 songpagap@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