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 KT의 스마트 경영을 바란다

[데스크라인] KT의 스마트 경영을 바란다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한 지 100일이 넘었다. 판매량은 45만대에 달한다. CEO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아이폰은 화제가 된다. CEO들은 아이폰 단말뿐만 아니라 스마트 경영에 주목한다.

 아이폰의 하드웨어는 별게 없다. 일부 기능에선 오히려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LG에 비해 떨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애플의 스마트 경영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아이폰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재미있게, 쓸모있게 사용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편리한 사용자 인터페이스 기술과 혁신적 디자인, 아이콘 브랜드 확보 등 애플 특유의 핵심 역량이 제대로 담겼다. 앱스토어라는 콘텐츠 온라인 거래장터를 만들어 다양한 콘텐츠와 애플리케이션을 공급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애플은 자기 몫을 지나치게 챙기지 않았다. 시장 생태계를 넓히기 위해 콘텐츠 제공자에게 수익의 70%를 배분했다. 나눠주면서도 제대로 챙겼다. 애플의 수익률은 35%를 넘어섰다.

 아이폰을 들여온 KT도 최근 ‘스마트6’를 제시하며 스마트 경영에 힘을 쏟고 있다. 아이폰으로 폐쇄적인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개방’이라는 이슈를 던졌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을 주도했다는 것과 함께 낡은 이미지를 벗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다. 소비자들은 스마트폰하면 아이폰을 먼저 떠올린다. ‘스마트폰=KT’라는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수익성 확보도 멀어 보인다. 단말보조금에 AS 비용까지 끌어안았다. 아이폰을 팔면 팔수록 보조금 부담은 커진다. 고정비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내 아이폰 독점 공급사인 AT&T가 출혈경쟁으로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과 비슷하다. 재주는 이통사가 부리고 돈은 애플이 챙기고 있다.

 아이폰 판매 돌풍은 애플의 ‘앱스토어’ 이용률만 늘릴 뿐 KT ‘쇼앱스토어’ 활성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 쇼앱스토어 이용률이 미미하다보니 등록된 콘텐츠수도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진다. 3월초까지 SK텔레콤 T스토어에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은 3만4000개에 달하는 반면 쇼앱스토어에 등록된 콘텐츠는 1500개 정도다.

 아이폰으로 인해 전략 고객사인 삼성전자와는 아직도 ‘불편한 관계’다. 해빙 기류가 흐르고 있다지만 ‘차선 변경없는 직진’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 측은 올해 출시되는 전략단말 대부분을 SKT를 통해 먼저 선보일 태세다. 업계는 KT가 삼성전자 휴대폰 없이 스마트폰 라인업을 충분히 갖출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은 이러한 모바일 부문에서의 마케팅보다 KT의 다른 잠재력에 주목한다. 바로 유선을 기반으로 하는 통신인프라다. KT는 최근 성장 중심 경영과 융복합화를 선도하기 위해 스마트 경영을 선언했다. KT엔 와이브로라는 ‘무기’가 있고 미진하지만 유무선융합(FMC)도 첫 삽을 떴다. 폐쇄형 비즈니스로 애플과 같은 글로벌 기업을 이기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통합LGT는 ‘탈통신’, SK텔레콤에 ‘IPE’가 있다면 KT엔 ‘스마트’가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협력사와의 불편한 관계를 끝내고 먼저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한다.

 김동석기자 d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