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종시 수정안과 美건보개혁안](https://img.etnews.com/photonews/1003/100322053209_1273604365_b.jpg)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민주당이 결국 해냈다. 정치적 운명을 걸고 추진해 온 건강보험개혁안이 21일(현지시각) 의회를 통과, 가결됐다. 의료보험이 없어 질병 치료를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을 구제하고, 사업장마다 근로자 보험 가입을 유도해 국민 대다수가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국론이 분열된다’ ‘사회주의적 발상이다’ ‘재선은 커녕 민주당이 역풍을 맞을 것이다’ 등 반발이 빗발쳤지만, 건보개혁이라는 100년의 숙원과제를 풀어냈다.
같은 날 우리 정부와 여당인 한나라당은 대한민국의 백년대계라는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미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양측은 이날 논란 끝에 국무회의를 통과한 세종시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시기를 확정하기로 했다. 세종시에 입주할 예정인 연구기관과 기업, 대학 등은 정부가 밝힌대로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위해 이날 처리 방향이 결정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고위 당정협의회는 결론을 내지 못했다.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 주 내 반드시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는 정부 측과 “중진협의체가 가동되고 있으니 좀 더 두고 보자”는 여당측 일부 인사의 의견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한나라당이 밝힌 회의 결과와 배경 설명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변인실은 “당 대표께서 (두 안이) 병행되어 심사될 수 있으니 하나의 안으로 받아들이고 협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즉 정부는 원하는대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중진협의체는 협의체대로 논의를 통해 절충안을 마련하라는 설명이다. 국가적 백년대계인만큼 국회 제출을 미루고 좀 더 논의해보자거나, 국론이 분열되고 국민이 혼란스러우니 조속히 처리하자는 것도 아니었다.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과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유보한 사례는 없다. 또 정부가 국회에 법안을 제출했는데 야당이 아닌 여당이 다른 수정안을 만들기 위해 보류시킨 사례도 찾기보기 힘들다. 당내 활성화된 토론이나 합의를 못 끌어내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책임성 있는 의사 일정 하나 못내오는 모습이 수권정당이라고 하기에는 참 무색한 지경이다.
건보개혁법안의 처리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과 연방정부, 여·야가 머리 맞대고 끝장 토론을 벌이며 국민들에게 생중계를 통해 낱낱이 공개할 수 있었던 미국 정치권의 추진력과 책임감이 새삼 부럽다.
경제과학팀=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