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지재권, 획득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ET단상]지재권, 획득보다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세계 스마트폰 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해외업체 간 특허전쟁이 치열하다.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과 세계 1위 휴대폰 제조사인 노키아는 미 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TC)를 오가며 특허권 공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최근 애플은 ‘구글폰’을 제조하는 대만 스마트폰 업체인 HTC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하며 구글에 전면전을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특허전쟁은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며, 우리기업을 상대로 한 미국·일본·EU 등 선진국의 공세도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KOTRA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외국기업이 한국기업에 대하여 제기한 특허소송 건수는 2006년 12건에 불과했으나 2009년에는 8월까지 51건으로 나타나 매년 급증하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특허 공세는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 등에 집중되어 있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R&D 기술 개발을 통한 지식재산의 창출에 집중해 2008년에 GDP대비 R&D투자액 세계 4위, 특허출원 세계 4위 등 양적인 면에서 큰 성과를 이룬데 반해 지식재산의 보호 및 단속에는 일부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무역위원회(KTC)가 실시한 지식재산권 침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2107개 응답기업 중 139개 업체가 약 32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했다. 이를 최근 5년간 산업재산권을 등록한 4만5000여개 기업에 대해 환산하면 연간 피해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한다.

 이에 따라 지식경제부 무역위원회는 무역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재권 침해행위를 조사하여 정당한 지재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지재권 침해조사 제도’를 운영해 오고 있다. 무역위원회의 조사 제도는 조사에서 판정까지 평균 6개월 정도만 소요되고, 판정된 침해물품에 대해서는 제재조치의 효력이 지속되기 때문에 권리자에게 단연코 유리한 제도이다.

 하지만 S-보드 사례에서 보듯이 무역위원회의 시정조치 명령에도 불구하고 중국 등 해외업체에 의해 대량 생산된 모조품이 수입업자만 바꾸어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경우에도 지재권 침해물품의 수입자 및 국내 판매자만 처벌하고, 해외공급자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이 미비하여 침해 근절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반면, 미국 ITC의 경우를 살펴보면, 최근 특허소송의 지속적 증가와 함께 국제적인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특허소송에서 기업들은 연방법원과 동시에 ITC를 이용하고 있는데, 그 주된 이유는 침해제품에 대해 광범위한 수입금지를 빠르게 받아낼 수 있는 특성 때문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윤성 의원(한나라당) 등의 발의로 지재권 침해에 대한 단속 및 국경조치 강화 등을 포함하는 “불공정무역행위 조사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 개정안이 지난 3월 18일 국회를 통과했다.

 올 7월께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면 지재권 침해 판정물품에 대한 세관의 통관보류 등 국경조치가 강화되고, 지재권 침해물품의 수입자뿐만 아니라 해외 공급자도 지정하여 당해 침해물품의 국내유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국 ITC의 제한적 배제명령에 준하는 지재권 보호 장치를 확립하게 되어 국내 지재권 보호 기반이 한층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승재 무역위원회 무역조사실장seung@mke.g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