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듣는 얘기가 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월급쟁이 정신’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다는 충고다. 도전과 혁신으로 무장한 ‘기업가 정신’만이 우리나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직장인은 하루빨리 월급쟁이 정신을 버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린다. 시간이 갈수록 몸은 피곤한데, 마음 역시 편하질 않다.
월급쟁이와 기업가는 흔히 ‘마인드’부터 다르다고 한다. 새로운 기회를 만나면, 월급쟁이는 아무래도 소극적인 태도인 데 비해 기업가는 행동하고 실현하는 데 집중한다. 기업가들이 존경받는 것도 바로 이런 실천력과 도전정신 때문이다. 우리나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성장 원동력으로 기업가정신을 꼽는 것도 같은 연장선이다.
정부도 기업가정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의 기업가정신은 10년째 계속 역주행을 한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기업가정신 지수를 보면, 1999년 41.9에서 2005년 4.5로 급락한 뒤 계속 게걸음을 걷고 있다. 기업가지수 ‘4.5’는 제조업체 증가율과 실질 설비투자 증가율,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민간연구개발비 증가율을 감안해 계산한 수치다. 불과 10여년 만에 우리나라 기업가 지수가 반 토막도 아닌 10분의 1 토막이 난 셈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경제는 계속 발전해 왔다. 한국은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에 세 번째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극복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까지 됐다. 지난 10년간 월급쟁이 지수가 ‘95.5’(기업가지수 4.5를 100에서 뺀 수치)인데도 우리나라 경제는 그럭저럭 잘 굴러온 셈이다.
결국,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원동력의 90% 이상은 월급쟁이다. 모든 창조와 도전이 기업가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월급쟁이도 꿈이 있고, 그 나름 치열하게 도전한다. 월급쟁이와 기업가는 ‘마인드’부터 다르다는 사고(思考)부터 바꿔야 한다. 두 주체 모두 소중한 존재다. 기업가들이 조금 더 앞서 있을 뿐이다.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무조건 리더(Leader)라고 부르지 않는다. 단 한 명이라도 믿음을 가지고 뒤를 따르는 사람(Follower)이 있어야 진정한 리더다.
아무리 앞선 기업가라도 그냥 “뜁시다”라고 해선 아무도 뛰지 않는다. 우리 월급쟁이들 가슴 속에 숨어있는 도전정신을 깨우는 노력이야말로 기업가정신의 출발이다. 대기업은 물론이고 벤처기업가의 도전도 결국엔 인간에 대한 도전이다. 끝없이 펼쳐진 초원을 달리던 칭기즈 칸이 어떻게 죽었는지 아는가. 자신이 즐겨 타던 말(馬)에서 떨어져 죽었다. 영화 슈퍼맨에서 하늘을 훨훨 날아다닌 크리스토퍼 리브는 낙마(落馬)해 말년을 휠체어 신세로 지내야 했다. 기업가 정신 뿐 아니라 도전을 가슴에 품고 있는 월급쟁이 정신도 함께 100점이 돼야 우리 경제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만들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