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이 지난해 133개국 정보통신 기술 이용환경을 종합조사해 평가한 네트워크 지수(NRI) 부문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2년 연속 곤두박질 쳤다. 2008년 세계 9위까지 상승하며 IT강국 소리를 들었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위로, 이번에 15위로 떨어지는 수모를 겪었다. 국가의 정보통신기술 경쟁력을 환경, 준비도, 활용도 등 3개 부문, 68개 항목으로 평가해 매긴 성적표다. ITU가 조사한 정보통신 순위에서 2007년과 2008년 연속 1위였던 우리나라는 지난해 2위로, 올해는 3위로 추락했다. 세계 정보통신기술의 ‘리트머스 시험지’ ‘테스트베드’로 불리던 우리나라 정보통신 산업 기반이 붕괴되고 있다.
정부는 IT가 각종 산업과 융합하며 영역을 확산되고 있다고 했지만, 이런 성적표를 받고나니 참담하다. 입법 및 규제, 교육체계 등이 특히 뒤쳐졌다. 개인과 기업, 정부부문의 정보통신 활용도는 지난해 10위에서 올해 1위로 올라섰지만, 행정규제와 조세제도, 정보통신 관련법 및 연구수준을 포함한 인프라 환경이 뒤쳐졌다.
국제 기구 평가에서 우리 ICT경쟁력이 감소한다는 것은 불안한 조짐이다. 특히 이명박정부 들어서 IT부문의 경쟁력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정보통신산업을 육성하던 독임제 부처가 해체됐고, 그 후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설치된 지 2년인 오늘까지 제자리를 못잡았다. 각 부처로 쪼개진 진흥업무는 통신과 방송, 각종 산업의 융합에 따른 흐름을 읽지 못하고, 제각각의 규제를 만들고 있다. 2년동안 스마트폰으로 세계 산업지도가 재편되고 있는데,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위기를 IT강국 대한민국의 체면을 구겼다.
청와대는 세계경제포럼, ITU의 경고를 무시해선 안된다.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과 산업, 활용도에 대한 평가가 떨어지면, 바로 기업의 IT브랜드도 함께 떨어진다. 머리를 맞대고,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지향적인 독임제 부처를 고민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