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본부의 지식정보화 물결

 지난해 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화담당관실에 왔을 때 처음 접한 이슈가 ‘U-OECD’ 프로젝트였다. 제안 보고서를 살펴보니 다양한 IT를 활용해 OECD 내에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 조직 혁신 및 역량 강화를 위한 도구로 삼자는 것이었다. 커뮤니티 컴퓨팅, 전자태그(RFID) 및 2차원(D) 바코드, 연방 엔터프라이즈 아키텍처 등과 같은 기술이었다. 혁신은 모든 조직들의 공통된 바람이지만 U-OECD가 추구하는 목표는 회원국들의 이해관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조정하고 지원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IT를 바라볼때 사용자를 우선 생각한다는 인상, 그것이 바로 처음부터 OECD 조직에서 배우게 된 첫 교훈이었다.

 프랑스 파리의 OECD 본부에는 한국을 포함해 30개 회원국에서 나온 약 2400명의 직원(임시직·정규직 포함)이 근무 중이다. 무역·산업 분야의 위원회만 약 250개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고, IMF와 월드뱅크 등 주요 국제기구도 함께 네트워크를 이루고 있다. 일반적으로 OECD라고 하면 각국 대표들의 회담을 주최하거나 주요 통계를 작성, 발표하는 곳 정도로 인식돼 있다. 그러나 회원국 및 세계 경제의 발전을 도모하고 개발도상국들에 대한 원조, 자유무역을 확대하는 것이 OECD의 궁극적인 목표다. 국가 간 긴밀한 협의가 중요하다 보니, 탄탄한 인적·물적 네트워크의 필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OECD는 이미 다양한 방식의 네트워크가 상존해 왔다. 정보통신 네트워크에서 인적·지식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각종 연결 고리가 조직 내에 존재하고 있다. OECD 내부의 대표적인 소셜 네트워크가 조직원 간 협업을 강화하기 위한 ‘OECD 클리어 스페이스’다. 여기서 프로젝트나 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기도 하고, OECD의 다른 시스템에 있는 지식정보와 연계할 수도 있다. 또한 OECD는 트위터·페이스북·유튜브·플리커 등 소셜네트워크 웹 들과도 연동돼 있고, 이 같은 정보 네트워크는 OECD만의 강점으로 여겨진다.

 OECD 내부 업무 현장에서는 의사 소통과 지식 공유를 도와주는 도구들을 실천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OECD 내 모든 컴퓨터들은 클라이언트 기반으로 구축돼 개인의 아이디로 주요 서버들에 접속할 수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개인 아이디를 통해 메신저 역할을 하는 ‘OECD 커뮤니케이터’와 개인 이메일 및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동시킬 수 있게 된다. 블랙베리는 OECD 내 상급직에 해당하는 540명 정도가 보유하고 있는데, 프로젝트 및 보고서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블랙베리를 통해 한 달 평균 3000개 이상의 이메일이 수신되고 작성된다. 블랙베리는 또 아웃룩과 연동된다. 흥미로운 일은 OECD 내부의 크고 작은 회의에서 이들 상급자들도 블랙베리로 문자질(?)을 하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는 것이다. OECD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45세다. 이들이 연령에 상관없이 텍스트를 입력하고, 자유자재로 블랙베리를 활용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하다. 블랙베리를 위한 OECD의 주요 업무 애플리케이션들도 있다. 물론 OECD 조직 내 인트라넷이나 단말기에서만 접근할 수 있다.

 또 하나 OECD 직원들이 즐겨쓰는 프로그램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셰어포인트’다. 대부분의 업무 프로젝트는 셰어포인트 사이트를 구축한 뒤 참여 멤버를 구성하고, 관련 문서들을 해당 사이트에 작성해 저장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예산 편성 등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 각 문서에 대한 개인 아이디어들도 첨부할 수 있으며, 최종 작성자가 어떤 사람인지 또한 할 수 있다. 사용 권한을 별도로 부여해서다.

 OECD의 인트라넷과 이벤트관리서비스(EMS)도 돋보인다. OECD 인트라넷은 OECD 사무국 내 직원들을 지원하기 위한 웹 인터페이스로, 사무국의 각종 정보를 열람할 수 있다. 특히 OECD 사무국에는 이벤트 관리가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다. 작업그룹·전문가그룹·위원회 형태로 열리는 수많은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연평균 4만명 이상의 회원국 고위 관료들이 OECD를 찾는다. 이런 회의들은 이벤트 단위로 처리되는데, 각 이벤트는 회원국 리스트, 회의 내용 등을 포함해 전자열람서비스로 제공된다. 각 대표부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OECD 사무국의 담당 직원과 협의를 통해 이벤트가 구성된다. 또한 OECD 사무국에 있는 콘퍼런스룸도 동시에 예약할 수 있다. 현재 OECD에는 약 10개의 콘퍼런스룸이 있다. 나아가 각 콘퍼런스룸의 시간표는 아웃룩과 바로 연동돼 예약 스케줄을 보여준다. 다른 위원회에서 동일 시간으로 중복 예약하는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 OECD의 지식 네트워크를 강화시키는 6개 이상의 주요 시스템들도 존재한다.

 OECD는 ‘OECD 정보통신기술(ICT) 전략 2008-2011’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기술경영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중 ICT를 활용한 인프라·서비스 구축, 전자정부, 업무 효율성, 적합성, 질의 향상을 등을 지원하기 위한 기술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고, OECD의 역할 및 투명성 보장 등을 이 어젠다에서 추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OECD가 주요 국가들과 협력해 보다 효과적으로 국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현장을 살펴봤다. 최근 UN은 격년으로 실시하는 2010년 전자정부 평가에서 한국을 192개국 가운데 명실상부한 1위로 꼽았다. 한국은 비단 UN뿐만 아니라 OECD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혁신적인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리(프랑스)=정기욱

OECD Executive Directorate, ITN/CMS 컨설턴트

kiwookjeoung@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