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LGD의 과감한 11세대 투자

 LG디스플레이가 11세대 투자를 시작했다. LCD 유리기판의 규격을 ‘3000×3320㎜’로 잠정 확정했다. 오는 2012년 양산이 목표다. 최근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움직임을 보면 ‘과감’ 그 자체다. 중국 LCD 팹 진출 여부와 상관없이 지난 12일 열린 이사회에서 1조4860억원을 투자, 파주에 세 번째 8세대 LCD 생산라인을 추가로 증설키로 했다. ‘P8E+’로 명명된 이번 생산라인은 2200×2500㎜ 크기의 8세대 기판을 월 6만8000장 규모로 내년 1분기부터 생산하게 된다.

 중국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LCD 업계 최초로 8세대 라인을 4개 보유하는 셈이 된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LCD 업계에서는 늘 2인자였다. 사업 초기에는 LCD 개척자인 샤프에, 2000년대부터는 양산 투자에서 앞서간 삼성전자를 한발 뒤에서 지켜봤다. LCD 분야에서 누구도 LG디스플레이를 무시할 수 없었지만 후발 LCD 기업이나 장비, 소재 기업들은 LCD 1위인 삼성전자를 추종했다. 기판·크기 표준화에서 늘 삼성전자와 경쟁했지만 번번히 승리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나 최근 달라졌다. 경쟁사들이 시장 수요 불확실성을 들어 투자를 주저하는 와중에 LG디스플레이는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1년간 중국 TV 제조사들과 합작 법인을 잇달아 설립하며 탄탄한 고객층도 확보했다. IT업계 최고 스타인 스티브 잡스가 아이패드를 발표하면서 ‘IPS’를 극찬한 것도 LG디스플레이의 또 다른 승전물이다. LG디스플레이의 LCD 기술 방식인 IPS는 중국에서 이미 프리미엄 LCD로 인식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단순히 양적 우위의 ‘퍼스트 무버’에 그쳐서는 안된다. LCD 업계의 고민인 ‘TV’ 이후 세대의 방향을 제시하는 진정한 1위 기업으로 발돋움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