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밤 발생한 초계함(해상 경계 군함) ‘천안함’의 침몰 사건을 두고 실종자 수색과 원인 규명이 늦어지면서 정부가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첨단 군사력 확보에 늑장 태도를 보여왔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이진삼 의원(자유선진당)은 28일 “인명구조용 전자태그(RFID) 라이프 재킷을 도입했다면 적어도 실종자 위치는 즉시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시계가 잘 확보되지 않는 서해안의 고질적 기상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사고에 대비해 이 같은 기초 대안은 마련해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해군 2함대가 지난 1월 해경이 개발한 인명 구조용 무선 라이프 재킷 도입을 시도했는데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면서 “인명 안전이 최우선돼야 함을 깨달았다면 지금이라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질책했다.
RFID가 부착된 라이프 재킷은 무선 통신으로 구조 신호를 실시간으로 송수신하기 때문에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 악천후나 야간에도 승조원의 위치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재킷에 부착된 송신기로 구조 요청을 보내면 함정에 설치된 수신기 화면에 조난자의 인적사항과 위치를 표시해준다. 평소 함정 근무 때도 함정 내 위치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해군은 지난 2008년 5월 이 재킷의 성능을 해상 시험하고 지난 1월에는 이를 확보하려다 유보했다.
이에 대해 이기식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해군에서는 개개인의 라이프 재킷에 부착이 안 돼 있고 함정의 선체 측면에 그와 유사한 발신장치가 있다”며 “배가 침몰해 일정한 수심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SOS가 발신된다”고 답변했다.
위치추적장치(GPS)와 백업 통신망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은 점에 대한 질책도 쏟아졌다.
이날 오후 4시 국방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GPS를 통해 위치를 파악하지 못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성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GPS 장치를 갖추고 있고 함대의 앞부분은 찾았으나 함미는 떠내려가 아직까지 정확한 위치를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 후미 에는 GPS 장치가 없는지, 작동하지 않은 것인지에는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전원 백업 장치나 비상통신장치가 가동되지 않고 함장이 휴대폰으로 사고를 보고하는 등 전반적인 기술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경위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기술적인 문제는 국방부에서 총괄할 것”이라며 “이 대통령이 실종자들이 살아 있다는 믿음을 갖고 마지막까지 최선 다해달라고 요청한 만큼 정부와 군 당국이 힘을 모아 실종자 수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국방부는 실종자인 S하사가 부모에게 휴대폰으로 구조를 요청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 통화기록을 살펴본 결과, 사실 무근이라고 확인했다. 통신전문가들은 “상식적으로는 수중에서의 휴대폰 통화는 불가능하다”며 “통상 잠수정에서도 휴대폰이 안 되기 때문에, 물 위에 띄우는 부표에 안테나를 설치하고 안테나와 잠수정 간을 유선으로 연결해 통신을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는 현재 기술로는 물속에서 무선통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용하는 대체 수단”이라며 “실종자들이 보유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 때 발신음이 들리는 것과 휴대폰 발신 상태가 유지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로, 배터리가 방전됐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