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 성공파도](297)직장탐구생활-실력없는 상사, 차라리 없었으면

[지윤정의 성공파도](297)직장탐구생활-실력없는 상사, 차라리 없었으면

 상사가 고문관이다. 온갖 생각의 방향은 자신의 무능함을 감추는데 쏟고 있다. 업무처리능력도, 직원관리 능력도, 전문지식도, 무엇 하나 위로되는 게 없다. 믿고 의지해야 할 상사가 성격부터 실력까지 함량미달이다. 입도 벙긋 못하는 상사를 대신해 외국 바이어와 회의를 주재해야 하고, 숫자만 보면 하품을 하는 상사를 대신해 1년 자금계획을 작성해야 한다. 차라리 상사가 없으면 마음이나 편하겠고 오히려 내게 상사 하라고 하면 나래를 펼칠 것 같다.

 일상은 게을러도 타고나기를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사람도 있고, 늘 부지런해서 천재 뺨치는 노력으로 승부하는 사람도 있고, 이도 저도 아니지만 적당한 곳에 적당한 사람을 두어 필요한 것을 취하는 사람도 있다. 회사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방법도 한가지는 아니다. 상사를 내 잣대로 무능하다고 볼 것이 아니라 그런 능력을 갖고도 버틸 수 있는 비결을 배우자. 때로는 내가 자신 있는 어느 영역에서 상사가 부족하다고 여긴 날부터 내 속의 자만심이 싹터서 그의 능력을 제대로 못 보았을 수도 있다. 상사가 가진 진정한 강점은 과소평가하고, 상사의 약점에는 과민반응을 보여봐야 나만 손해다. 상사를 바꿀 수도 없고 상사의 숨은 능력을 배울수도 없기 때문이다. 상사 무시하는 거 티 내다가 큰 코 다친 사람 많이 봤다. 아직 한국사회에서 직급은 깡패만큼이나 무섭다. 일은 소처럼 하고 욕만 얻어먹는 ‘헛똑똑’이가 되지 말고, 뱀처럼 슬기롭게 굴자. 완벽한 리더보다 약간 모자란 리더가 그래도 낫다. 완벽한 리더는 배울 것이 많은 만큼 기대치도 높아 사람을 주눅들게 하고 내가 기량을 발휘할 기회마저 기다려 주지 않는다. 반면 모자란 리더는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야 하다보니 기회도 많아지고, 실력도 늘고 공도 쌓인다. 어쩌면 그 한심한 상사가 지금 이 자리까지 버티고 있는 이유도 그런 능력으로 부하를 육성했기 때문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