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선 한국 드라마가 세계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한 다각적 노력을 진행하는 가운데, 특히 세계에서 가장 큰 콘텐츠 시장인 미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고민이 한창이다.
미국은 해외 방송콘텐츠를 방영하거나, 혹은 방영되더라도 성공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 진입장벽이 가장 높은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미국시장에 한류를 진출시키기 위해서는 다각적 진출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데, 그 중 하나로 ‘텔레노벨라’ 드라마를 즐기는 히스패닉 시청층을 우선 공략하는 방법이 있다.
현재 미국의 히스패닉 인구는 15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전체 1억2000만 미국 인구 중 13%를 차지한다. 2008년도 미국인구 통계 자료에 따르면 태어나는 모든 신생아 중 25%가 히스패닉이다. 이러한 출생률과 인구증가가 계속되면 2030년까지 히스패닉 인구가 전체 미국인구의 23%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800만명에 가까운 엄청난 인구이며, 미디어 구매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내 히스패닉 시장은 5년 전 400조원에서 현재 1000조원에 가까운 구매력을 가진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의 방송사들은 남미의 멕시코, 콜롬비아, 파나마, 페루, 에콰도르, 베네수엘라 등지에 드라마 프로그램들을 판매했으나, 한류 확산으로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수준이다. 남미는 지역이 넓고, 나라들이 많아서 프로그램에 대한 개별적 홍보활동에도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브라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국가가 스페인어를 사용하므로 미국 내 히스패닉 시장과 함께 고려될 수 있다. 즉, 자원이 풍부한 중남미 시장에 한국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라도 미국내 히스패닉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 장기적으로 중남미 시장 진출의 디딤돌이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국 내 히스패닉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한국 기업의 스폰서를 바탕으로 유니비전(Univision)이나 텔레문도(Telemundo) 같은 유력 채널에 일정 시간대를 임대해 한국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히스패닉 광고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므로 미국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에게도 좋은 기회이며, 한국의 이야기와 문화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창구가 될 것이다.
그 외에도 미국시장 진출의 또 다른 방안으로는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VOD 플랫폼에 한국 콘텐츠를 위한 별도 영역을 만드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 미국 내의 성공적인 드라마·애니메이션 VOD 사이트들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VOD 사용자 중 50%가 백인, 25%가 히스패닉, 15%가 흑인, 10% 정도가 동양계인데, 인기 있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나 ‘선덕여왕’은 2개월도 안돼 시청자가 6만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고무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MBC는 미국내 최대 VOD 사이트인 훌루닷컴과 제휴, MBC의 방송프로그램을 업로드해 미국의 시청자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결론적으로 더욱 적극적인 한류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미국시장 진출이라는 산을 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잘사는 국가 하나에 못지 않는 미국내 틈새 시장부터 공략하여 콘텐츠 홍보를 적극적으로 구사해야 하며, 성공하게 되면 미국 주류 시장 진출을 기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중남미 시장 진출에도 큰 디딤돌이 될 것이라 전망된다.
김나희 MBC 미주법인 사업기획팀장 nhkim@mbc24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