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의 요구에 맞는 R&D 사령탑으로 민간출신 CTO를 임명하고 적극적으로 전략 개발에 앞장 서겠다고 발표했다. 이 시점에 몇 가지 제언을 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단기적인 R&D의 경우, 대부분의 정부 부처가 정보통신기술(ICT)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여 담당 산업에의 활용을 적극 추진하고 있지만, 시스템 전체를 조감하는 기획력이 부족하고 단기적인 솔루션에 치우쳐, 중복된 시스템 또는 상호 연동·호환이 어려운 시스템을 개발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부처간 경쟁은 순효과도 크지만 부처 간 벽 쌓기 폐해가 커질 수 있다. 해결 방법으로 R&D관리 기능을 예산총괄 부서에 두는 것이다. 정부 내 R&D사업의 예산 편성, 관리, 평가 등을 총괄하게 하고, 중복 또는 비표준·호환 시스템에 의한 사업화의 경우 예산 배정 중단 같은 초강수를 쓸 수 있게 한다. 미국의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조직된 관리예산처(OMB)가 그에 대한 벤치마킹 대상일 수 있다.
단기간에 결과를 보여야 하는 기업의 R&D전략과는 달리 정부의 R&D전략은 중장기적이면서 기업이 기술개발을 잘 할 수 있게 하는 환경 마련이 주가 되어야 한다. 각 부처가 개발하는 시스템은 상호 호환성이 보장되도록 범부처간 표준 제정과 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 전통적인 표준은 물론 ICT관련 이용자 인터페이스, 데이터 표현 형식 등 소프트웨어적 범부처 표준도 체계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기술 발전 속도를 쫓지 못하는 법제도 정비도 신속히 정비해 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IT강국으로 도약해 온 경험을 살려 여러 산업을 ICT를 기반으로 창의적으로 새롭게 융합시킨 복합산업(산제 간 산업)을 개발하고, 이의 검증을 위해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당연히 산제 간 산업은 세계 최초로 우리나라에서 사업화가 성공한 사업이 될 것이고, 세계로 나갈 성장동력 산업이 될 것이다. 우선 이러한 창의적 산업을 기획할 국가 브레인 풀을 운영한다. 위원회 형식이 아닌 상임기구로서 ICT, 교통, 토목, 건축, 교육, 의료, 사회, 경제, 심리 등 사회 모든 분야의 전문가가 기성관념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환경에서 창조적 설계 기획이 가능한 기구를 말한다. 제안된 산제 간 산업은 출연 연구소나, 기업이 참여하여 시스템을 구현하게 한다.
정부는 기업이 하지 않는 원천연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여야 한다. 지금까지는 선진국의 앞선 기술을 거울삼아 모방하기만 해도 되었지만, 이제는 선두그룹이 되어, 우리 스스로가 선두기술을 창조해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 산업화 가능한 것은 기업에 맡기고, 출연연구소의 중장기 원천연구 비중을 대폭 늘린다. 중복과제수행 원천금지 방침에서 연구방법이 다른 경우 중복수행 가능하게 함으로서 경쟁에 따른 상승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인력양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학/연구소에서의 원천연구는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고급인력이 양성된다는 점에 유의하여 기업화 성공만이 아니라 창의성 등에도 평가를 높게 해주어야 한다. 유학생 대책도 유학 후에 비중이 가야 한다. 미국 유학정책에서 보듯이 우수인력은 국내에 정착할 수 있게 한다. 인구감소와 이공계 기피현상에 대한 장기적 안목에서의 정책입안이 필요한 때라 본다.
강철희 고려대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chkang@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