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정부 R&D가 시장 친화적이어야하는 이유

[ET단상]정부 R&D가 시장 친화적이어야하는 이유

 지난달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증가한 308억달러를 기록해 1988년 이후 20여년 만에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무역수지는 6억4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흑자전환을 이룬 2월에도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을 앞서는 불안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산업 생산이 증가할수록 원유와 석유제품 등 원자재의 도입도 비례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글로벌 수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자재 수입의 부가가치를 뛰어넘는 최고의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기업과 시장의 니즈를 반영한 연구개발(R&D) 및 글로벌 시장 진출에 주력해야 한다.

 2010년도 우리나라의 공공 R&D 자금은 지난해보다 10% 증가하여 13조7000억원에 이르러 GDP 대비 3.5% 수준으로까지 올라갔으며, 정부는 2012년까지 GDP 대비 5% 수준까지 끌어올려 세계 최고 수준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또한 R&D 지원방향도 기존의 분산·살포식 지원에서 벗어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선택과 집중, 시장중심, 경쟁제고 측면으로 접근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 동안 정부 R&D는 지원 규모에 비해 성과효율성 측면에서는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R&D 지원성과의 대표적인 평가지표 중 하나인 대학, 공공 연구기관의 기술이전에 의한 사업화 비율도 2007년 기준으로 27.4%에 그쳐 선진국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급자인 대학 및 연구기관이 수요자인 기업의 다양한 니즈와 급격히 변하는 환경요인을 충족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술이든 그로 인한 결과물인 제품이든 이제는 수요자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결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특히 소비자의 요구 패턴이 다양해지면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의 수명주기도 점차 짧아지는 패러다임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는 새 시장을 창출해 나갈 수 있는 핵심 기술을 선점해야 하고, 정부 지원 R&D는 그러한 시스템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확충해 나가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미국 애플 ‘아이폰’의 선전은 분화된 수요자의 요구를 잘 반영하여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기존 ‘스마트폰’의 경우 단순한 일정 관리나 멀티미디어 재생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수준에 머물렀으나, 아이폰은 기본 기능 외에 사용자가 직접 개발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이 동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세계 시장을 선점한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그 동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정부 R&D 예산지원으로 인한 기술개발을 통해 시장 진출과 기업혁신에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2010 지식경제 R&D 성과전시회’가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특히 이번 전시회는 5∼10년 후 세계일류상품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높은 최첨단 제품과 기술을 접할 수 있고 올해에만 약 4조4000억원의 R&D 예산을 지원하는 지경부의 R&D 지원 방향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뜻 깊은 행사라 할 수 있다.

 우리 산업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산·학·연 모든 관계자가 한 번쯤은 참관해 향후 미래 기술개발에 대한 방향과 의지를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고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었으면 한다.

서영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suhyj@kei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