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이 신경을 긁는다. 옆 사람의 자판기 두드리는 소리부터 옆 차가 내 차 앞으로 끼어드는 것까지 작은 일인데 꼭지가 돌 것 같이 화가 날 때가 있다. 깨끗이 세차해 놓은 차에 긁힌 자국을 발견한 날, 배가 묵지근해서 들어간 화장실에서 지저분한 꼴을 발견한 날, 그렇지 않아도 짜증날 판인데 은행직원은 굼뜨게 움직인다. 마음 같아선 전화기를 집어던지고 자판기를 메어꽂은 후 문을 발로 차고 뛰쳐나오고 싶다. 스스로에게 무서울 정도로 화가 솟구치는 날, 이러다 화병으로 죽는 건 아닌가 싶다.
풀어야 할 분노는 산더미 같은데 받아줄 상대가 턱없이 모자라면 애꿎은 택시운전사, 식당 종업원, 콜센터 상담원에게까지 퍼부어 댄다. 한두 번은 순간적으로 후련한 것 같기도 하지만 점점 더 강도는 세지고 점점 더 드라마틱한 화풀이 대상을 찾게 된다. 누구나 그럴 때가 있다. 그래도 그것을 인식하고 문제라 여기고 개선하고 싶어하니 고무적이다.
이제 헝클어진 감정을 인식하는 수준에서 넘어서서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를 들여다보자. 표면적으로만 이해하는 게 아니라 깊은 수준에서 말이다. 그 감정의 원인은 뜻밖에도 파고들수록 남 탓이 아니라 내 탓인 경우가 많다. 풀지 못한 걱정, 예견되는 불안, 적체된 스케줄 등이 잠재의식 속에서 또아리를 틀고 있다가 사소한 일에 막대한 감정을 쏟아붓는 것이다. 크나큰 일은 준비하고 대비하는데 사소한 일은 무시하고 등한시한다. 식사를 거르고, 휴가날짜를 못 잡고, 전화할 곳을 놓치고, 약속을 미루는 사소한 일이 도화선이 되어 큰 분노로 발전한다. 사소한 일이라고 우습게 봤던 일들이 우리를 옴짝달싹 못하게 한다. 이럴 때는 일에 매달려서 잊으려고 하지 말고 잠깐이라도 음악을 들으며 진정하는 게 더 생산적이다. 이럴 때는 일을 더 벌이기 보다 개인적 걱정거리부터 처리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해결하지 못하고 잠재된 분노는 타인에게 복수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의 몸에 건강상 이상증세로 복수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