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윤정의성공파도] (301)공사다망, 산 넘어 산

[지윤정의성공파도] (301)공사다망, 산 넘어 산

 삶이 잔인하다. 내 앞에 부려놓는 온갖 질곡 앞에서 가위눌린 듯 식은땀을 흘린다. 줄기찬 노력에고 불구하고 인생은 어긋나고 예기치 못한 일에 넘어지고 부러진다. 부부싸움이 진정되면 아이가 아프고, 아이가 좀 일어날만 하면 회사 일이 터진다. 절박하게 회사 일을 마무리 짓고 자면 내 몸에 이상이 와 병원에 눕게 되고, 퇴원한지 몇일 만에 부하직원은 사표를 쓴단다. 부하직원을 겨우 설득하고 나면 부모님 병환이 심해졌다고 연락이 온다. 인생이 잔칫날은 아닌 줄 알았지만 줄초상처럼 산넘어 산이다.

 고통학교에서 수련 받고 있는 것처럼 풀 수 없는 숙제가 많기도 하다. 남들은 무난하게 잘도 지내건만 나만 유독 공사다망(公私多忙)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다 짊어질만한 고통들을 각자 떠안고 있다. 속사정을 들어보면 다 고개 주억거리게 되고 등 토닥이게 된다. 정신과 의사인 스캇 펙은 ‘인생은 문제와 고통에 직면하는 것’이라고 정의 내렸다. 삶은 고해다. 이것을 받아들여야 이것을 통제할 수 있다. 말의 출렁거림에 호흡을 맞추어야 낙마하지 않는 것처럼 삶의 고통에 나를 맡겨야 절망하지 않는다. 문제는 피하라고 주신 벼락이 아니라 해결하라고 주신 연습문제다. 문제해결에 참여하지 않으면 우리가 문제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문제를 많이 풀어본 학생이 자신만만하듯 인생의 초중반에 많은 문제를 만났으니 앞으로 무서울 것이 없겠다. 골짜기를 넘어야 봉우리를 만나고, 깔딱고개를 지나야 고비를 넘긴다. 생선이 소금에 절임을 당하고 얼음에 냉장을 당하는 고통이 없다면 썩는 길밖에 없듯이 우리의 인내심을 키우려고 신이 보내준 선물이라 여기자. “왜 이런 일들이 나에게 생기지?”라고 분개하지 말고 “이 일을 통해 나에게 가르치려는 것이 무얼까?”라고 생각하자. 아가들은 아프고 나면 재롱이 늘고 어른들은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