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마케팅비 일부라도 통신설비에 투자하면…

R&D와 설비투자 확대로 ‘제2의 아이폰쇼크’ 방지해야

[월요논단] 마케팅비 일부라도 통신설비에 투자하면…

 지난해 국내에 출시된 아이폰은 이동통신을 이용하는 이용자들의 생각과 요구를 변화시켰고, 제2의 IT혁명으로 우리나라 통신시장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통신사업자들에게는 그동안의 폐쇄성을 허물고 스마트폰 무선데이타 시장을 활성화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다양한 대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먼저, 지난 3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각 통신사 CEO들의 간담회에서 과열 경쟁을 막기 위한 합의안이 도출되었다. 유무선 부문 마케팅 비용을 매출액 대비 20%로 제한하는 대신 이 자금을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전환토록 유도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러나 작년 7월에도 통신업계 CEO들이 모여 과열마케팅을 자제키로 합의한 적이 있지만 여전히 과열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의 마케팅 지출규모는 3년째 장비투자 규모를 앞질렀고 지난해 마케팅비로 약 8조3000억원, 투자비로 약 6조5000억원을 지출함으로써 그 격차가 1조8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자 확보가 우선이고 시설 투자에는 인색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정부의 마케팅비 규제는 적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가 20%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마케팅비 절감을 강조하였다는 점은 자칫 기업의 정상적인 마케팅활동까지도 축소시켜 결국 기업 고유영역인 마케팅 전략이 실종된다는 반론도 있다. 또한 기업 고유전략인 마케팅 전반을 숫자로 규제할 경우 기존 고객의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투자는 물론 통신시장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 아울러, 보조금 중심 마케팅이 통신관련 서비스와 단말기제조, 부품 등 시스템 산업 및 콘텐츠 산업 등 IT산업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어 마케팅비 지출 규제가 바람직한지 여부는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런 소모적인 마케팅경쟁이 지속된다면 단기적으로는 값싼 서비스상품의 등장으로 소비자에게 이익일 수 있지만 시설투자에 들어가야 할 자금이 마케팅비용으로 흘러들어갈 것이고 이는 시설투자 미비로 인한 품질하락으로 이어져 결국은 이용자들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은 자명한 일이다.

 통신사들의 시설투자가 미비함에 따라 이용자들의 불만도 늘어나고 있다. 이동전화 가입자 약 4,800만명중 3G 단말기를 이용하는 이용자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 전체 이동전화 인구의 50%에 육박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3G 단말기 출시이후 2G 단말기는 통화가 가능하나 3G 단말기는 통화단절 및 음질저하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례가 많았다. 망커버리지 현황을 봐도 2G에 비해 3G는 현격히 떨어진다. 시설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물론 일부 이용자들은 통신사들의 보조금 중심 마케팅에 따른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이용자는 천문학적 마케팅비용을 간접적으로 지불하는 소비자일 뿐이다. 경쟁은 독려해야 하지만 마케팅을 이용한 과당경쟁은 오히려 시장을 병들게 하는 것이다. 따라서 8조원이 넘는 천문학적 수치의 마케팅비용중 일부를 통신설비의 품질개선이나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면 국내 IT발전에 큰 자양분이 됨은 물론 서비스품질 향상에 따른 혜택을 온 국민이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김일수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중앙회장 it-leader@kic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