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젓이 직속상사가 눈앞에 있는데 나를 건너뛰고 윗사람에게 보고한다. 패기만만하다 못해 안하무인이다. 자기 업무에는 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앞뒤를 안 재고 위아래를 못 가린다. 바빠서 그랬을 수 있고 몰라서 그랬을 수 있다고 백보 양보해도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 아무리 무능한 상사일지라도 부하를 곤경에 빠뜨릴 만한 능력은 갖고 있고, 밀어줄 만한 끗발은 없을지라도 밟아버릴 정도의 파워는 갖고 있다. 직속상사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다가 큰 코 다친다.
노래방에서 내가 부르려는 노래를 누가 먼저 불러 버린 것처럼 황당하고 기가 찰 것이다. 하지만 이성적으로 차근차근 사태를 파악해보자. 시장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시장이 좋아서가 아니다. 시장에 필요한 물건이 있기 때문이다. 모이라고 호루라기를 부는 것보다 스스로 모이도록 미끼를 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한번만 들러달라고 사정하는 것보다 꼭 들러야 할 필요를 만드는 것이 더 당당하다. 밥을 줄 때마다 종을 쳤더니 종만 치면 침을 흘리는 개처럼 파블로프의 조건반사 실험은 사람에게도 적용된다. 상사의 손만 거치면 무언가 배울 게 있고 얻을 게 있으면 바빠도 찾아간다. 반면에 상사를 거쳤지만 보완이 안 되고 개선도 안 되며 시간만 잡아먹는다면 건너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위계서열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알맹이 있는 피드백을 준비하자. 리더에게 실력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질이다. 결재판에 사인하는 ‘권력’을 부러워 하지 말고 기발하게 조언하는 ‘실력’을 부러워하자. 마키아밸리는 ‘권력은 부패하며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고 말했다. 권력은 현명한 사람이 사용했을 때는 부하의 영혼을 뒤흔들지만 현명하지 못한 사람이 사용하면 배신자만 만든다. 권력으로 부여잡으려 하지 말고 실력으로 따라오게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