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로 예정됐던 시속 60㎞ 이하 저속전기차의 서울시내 도로 운행이 서울시와 해당 전기차 업체의 준비 소홀로 무산됐다. 국토해양부가 도로교통법까지 개정하면서 지난달 30일부터 저속전기차의 시내 주행이 가능하도록 조치했음에도 유일한 양산체제를 갖춘 CT&T의 ‘이존’이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의 성능시험을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기차 판매일정의 차질도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기술적으로나 양산 측면에서 가장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CT&T의 상황이 이 정도라면 나머지 업체들은 사실상 연내 판매가 어렵다는 얘기다.
14일부터 전기차를 운행하는 데 아무런 불편이 없게 하겠다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선 서울시도 상황이 곤란하긴 마찬가지다. 서울시는 얼마전 25개 자치구와 협의해 표지판과 충전소, 전용 내비게이션 개발 등 운행인프라 구축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결국 서울시는 전기차 업체가 자동차성능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미리 예상하고 주행날짜를 잡아 정책 결정에 치밀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전기차 운행은 의욕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친환경 운송수단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국토해양부·환경부 등 해당 부처의 공조, 여기에 실제 도로주행을 맡는 지자체의 세심한 준비, 그리고 전기차 제작업체의 성능 개선이 유기적으로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전기차 개발과 보급이 늦다. 프랑스 정부는 전기차 보급 촉진을 위해 공공기관과 공기업용으로 5만대의 전기차를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은 한발 더 나가 전기차 세계 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미쓰비시와 닛산·도요타·도쿄전력 등 158개사가 전기차의 핵심인 전지 충전 방식의 세계표준을 주도하기 위해 협의회를 만들었다. 우리는 출발이 늦었어도 선두를 따라잡은 경험이 많다. 이번 전기차 도로주행 무산이 미래 성장동력을 찾는 데 분발의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