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조작 확인되면 e스포츠에 엄청난 악재

 검찰 수사결과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가뜩이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e스포츠계에 큰 악재가 될 전망이다. 또한 e스포츠를 정식 체육종목으로 공인받기 위한 작업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e스포츠는 사실상 스타크래프트 한 종목에 의해 운영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출시 10년을 넘은 스타크래프트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e스포츠 인기도 동반 하락하고 있다. e스포츠 최대 축제라 할 수 있는 광안리 프로리그 결승만 해도 2004년과 2005년에 10만명을 넘은 이후 한번도 10만에 이르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스타크래프트 승부조작이 확인되면 팬들의 실망감과 이로 인한 팬 이탈 가속화가 불가피하다. 경기결과를 믿지 못하게 되면 경기로서 의미가 없어진다. 선수와 선수단에 대한 믿음 역시 약화될 것은 자명하다. 이미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 등에는 많은 e스포츠 팬들이 분노와 실망을 표출하고 있다.

한 e스포츠 팬은 e스포츠협회 게시판에 “팬들을 농락하고 기만한 것이며, 돈 때문에 신의를 팔고 모두를 무시하는 행위는 용서해서 안된다”며 “승부조작을 한 선수 실명은 당연히 공개돼야하고 그 선수만이 아니라 연대 책임을 물어 게임단까지 처벌해야 한다”고 글을 남겼다.

승부조작에 연루된 선수가 포함된 프로게임단도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e스포츠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팀 해체를 논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프로게임단을 후원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도덕적 결함을 가진 팀을 계속 운영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e스포츠 후원에 갈수록 소극적인 기업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결과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최근 프로게임단에 대한 모기업의 지원은 갈수록 줄고 있다. 또 예전에는 스타크래프트 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 위해 기업들이 먼저 나섰지만, 최근에는 대회를 시작한 이후에도 스폰서 기업을 구하지 못하는 사례까지 나왔다.

e스포츠의 정식 체육종목화를 추진하던 분위기에도 찬물을 끼얹게 됐다. e스포츠협회는 대한체육회 인정단체로 승인받았지만, e스포츠는 아직 정식 체육종목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협회 등을 중심으로 수년째 정식 체육종목 등록을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승부조작은 페어플레이라는 체육의 기본 정신을 위배한 것이어서 정식 체육종목화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kr